올해 국내 증시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자 젊은 투자자들이 대거 뛰어들며 4050세대를 대신하는 주도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 신규 주식계좌를 개설한 투자자 절반 이상은 2030세대로 나타났다.
젊은 층은 전통적 투자층과 투자패턴이 약간 다르다. 우량기업 중장기 투자뿐 아니라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도 상당하다. 이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묻어두기보단 원유 지수 등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스캘핑(초단타매매)을 즐긴다.
증시 4050→2030 세대교체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주식활동계좌는 3131만 개로 올초(2935만 개) 대비 6.7% 늘어났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면서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거래한 증권계좌로, 개인투자자 수를 파악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다. 지난 3~4월에 신규 계좌 140만 개가 급증했다.
신규 계좌를 개설한 투자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30대였다. NH투자증권에서 4월까지 개설된 신규 주식 계좌 54만 개 가운데 70%(37만 개)가 2030세대 투자자였다. 다른 증권사 상황도 비슷하다. 신한금융투자도 올 1분기 주식계좌 개설이 지난해 1분기보다 216% 급증했다. 20대(32%), 30대(28%) 비중이 가장 높았다.
위험 자산에 익숙한 세대
2030세대에 주식투자는 엄청난 결심이 필요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급락장에 ‘찬스’가 있다고 보고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대기업에 다니는 구모씨(34)는 “우리 세대에 ‘부동산 신화’는 남의 얘기고, 주식보다 더 위험자산인 가상화폐에도 이미 투자해본 경험이 있어 주식시장의 리스크는 덜 부담스럽다”고 했다.
2030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도 투자자 증가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과거 30대면 취직해 결혼을 하고 자기 집을 마련하거나 자녀도 있을 나이다. 그러나 취직과 결혼이 모두 늦어지면서 어느 정도 목돈을 보유한 이들이 많아졌다. 물론 집을 사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하지만 평소 자산을 불려야 한다고 생각하던 이들에게 주식시장 폭락기는 기회로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공격적 성향이 강하다. 펀드보다 주식을, 장기투자보다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움직임이 적은 우량주보다 큰 변동성을 갖는 파생상품이 이들의 눈길을 끈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빚을 내는 투자자도 최근 늘며 신용융자 잔액은 9조원을 넘어섰다.
20대 매수 종목 1위는 인버스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 지표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등 고위험 상품의 거래량이다. 최근 한 달 동안 개인이 많이 거래한 종목 상위권에는 원유·레버리지·인버스 ETF가 포진했다. 코스피지수 하락에 두 배로 베팅하는 ‘KODEX 200선물 인버스 2X’ 거래량은 2030세대의 공격적 투자성향을 보여준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변동성이 심했던 3월 20일~4월 16일 KODEX 200선물 인버스2X 매수대금 기준으로 20대, 30대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특히 20대는 삼성전자가 아닌, KODEX 200선물 인버스2X를 가장 많이 사들인 유일한 연령대였다.
이런 상품은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월간 수익률은 ‘KODEX WTI원유선물(H)’이 -53.1%, ‘곱버스’ ETF는 대부분 -20%에 달했다. 괴리율이 심한 레버리지 원유 ETN에 투자했다가 타격을 받은 젊은 층도 적지 않다.
물론 주가가 오를 때 레버리지를 팔고 하락한 인버스를 매수하는 전략을 잘 구사하면 단타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방향성 베팅이 일반 투자자에게 쉽지는 않다. 게다가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지수가 횡보하거나 박스권에 머물면 일반 ETF보다 못한 성적을 낼 수 있다. 기초지수 기간 수익률의 두 배가 아니라 일간 수익률의 두 배로 움직이는 ‘음의 복리효과’ 때문이다.
레버리지, 곱버스 상품은 선물 거래를 동반하기 때문에 수수료도 일반 ETF보다 네 배 이상 높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리밸런싱 거래 등에서 적지 않은 거래비용이 들어 중장기로 들고 있을수록 손해가 난다”며 “순자산이 큰 ETF에 투자할수록 수익률이 좋지 않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