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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일류대 졸업자를 채용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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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욱 캠퍼스 잡앤조이 인턴기자) “경제적 활동을 포기한 채 취업준비에 몰두하는 이들이 62만 5000명이다. 이 중 3분의 2가 ‘고용안정성’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한국 청년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까”

올해로 14회를 맞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9’가 6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글로벌 인재포럼은 7일까지 ‘함께 만드는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실력중심 사회에서 청년들의 성장 경로의 다양성에 대해 논의한 '세션 5'에서는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 글로벌경제연구실 실장이 세션의 좌장을 맡았으며 로베트 제이콥스 일리노이대 교수, 이형우 마이다스 아이티 대표, 최수정 서울대 농수산업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번 세션은 입시과열, 과잉학력과 같은 사회문제 속에서 청년들의 상황을 인지함과 동시에 세계 각국이 청년의 다양한 성장경로를 구현하기 위해 어떠한 대책이 필요한지 살펴보는 취지로 마련됐다. 또 고졸 취업 활성화를 포함해 학력 없는 사회로 나가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논의해보는 자리였다.

로버트 제이콥스 일리노이대 교수는 “좋은 가을날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여러분과 함께 좋은 자리를 갖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며 5번째 기조 세션의 문을 열었다. 로버트 교수는 “능력기반 사회가 도래한 시점에서 몇 년간 능력의 수준에 대해 고민했다”며 “한국의 ‘명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능력기반 사회에서 인재들이 대처할 모델의 일부를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명장은 공식적·비공식적 교육을 포함한 모든 배움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며 “자체적인 연구와 실습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갱신하는 긍정적인 모델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 사회가 실력 중심, 역량 중심사회로 다가오면서 명장과 같은 숙련자의 중요성이 나타고 있다”며 “사회적 입장으로 비춰볼 때 전문가에서 숙련자 단계로 나가는 것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로버트 교수는 “명장들은 실패의 결과를 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실패하기도 한다. 이러한 실패를 거치며 명장들은 스스로 높은 정보력을 구축한다. 이렇듯 정보를 확보한 명장은 다른 이들에게 배울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게 한다.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 전체가 능력 중심·실력 중심사회로 나가는 노력은 중요하다”며 “사회는 꾸준히 창의적인 사람을 원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춘 성취 지향적 인재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형우 마이다스 아이티 대표는 ‘마이다스 아이티’라는 회사를 업계 1위로 등극시킨 비결이 무(無)스펙 인재 채용에 있다고 말했다. 마이다스 아이티가 사원들을 대상으로 대학 순위별 그룹을 3개로 나누고 인사고과 평가를 분석한 결과, 상위 고과로 평가받은 이들 중 44%가 가장 낮은 순위의 대학그룹인 3그룹에 속했다. 이 대표는 이 점을 주목하며 학업의 성취도와 사회의 업무성취도가 일치하지 않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구글이 일류 대학을 졸업한 이들을 채용하지 않는 이유는, 학력과 자격증이 인재의 성과와 능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라며 “영업사원 직군은 입사 후 6개월이 지나면 신입과 경력사원의 차이가 없어지고 대졸 신입사원과 고졸 신입사원의 차이도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정성, 적극성, 성실성, 전략성이 높을수록 창의적이고 협동적인 인재다”며 “이 같은 4가지 핵심역량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교육 시스템이 지나치게 경직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입시 위주의 교육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냈다. 이 대표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입시 교육을 총체적 난국의 ‘얽힌 실타래’로 표현했다. 동시에 실마리도 제시했다.

“이 문제의 실마리는 얽힌 실타래에서 찾아야 한다. 해결하기 위해선 가치사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갑을 논리를 통해 바라본다면, 학생은 학교의 을이고 학교는 행정 기관의 을이다. 행정 기관은 부모의 을이고 부모들은 기업들의 을이다. 따라서 기업이 이 같은 악순환을 풀어내야 한다. 창의적인 방식의 검증 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채용해야 한다. 현재 ‘자소설’이라고 불리는 자소서와 스펙은 충분한 변별력이 없음에도 기타 대안이 없기에 사용되고 있다.”

직업교육에 대한 연구를 매진하고 있는 최수정 서울대 농수산업교육과 교수는 “청년들은 실업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대학생의 일자리가 부족하며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취업 시장에 과잉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교육을 통해 기초적인 학업 능력은 높였지만, 직업 능력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하며 “이제부터라도 직업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직업 교육을 통해 대졸 인재들이 취업 시장에 과잉 공급되는 현상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학 졸업자를 위한 일자리가 부족한 동시에 우리나라 인재들은 필요 이상의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모두가 필요 이상의 교육을 받기 때문에 다양성이 부족하며 이는 곧 취업 시장에서 취약점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활동을 포기한 채 취업준비에 몰두하는 이들이 62만 5000명이다”며 “이 중 3분의 2가 ‘고용안정성’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말하며 한국 청년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우려를 표했다.

또 “우리는 미래 일자리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다가올 미래에는 기술적인 역량보다는 복합적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인재가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직업 교육은 대졸자 과잉 양상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다. 정부가 청년들을 장려해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며, 청소년들에게 직업 교육이 최적의 선택이라는 설득을 해야 한다. 또 평생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노동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줘야 한다. 그에 맞는 교육 커리큘럼도 제공해야 한다”

끝으로 최 교수는 “고도로 숙련된 블루칼라 인재들이 앞으로는 주목받을 것”이라며 “교육 선진국이라는 독일도 지금의 교육체계를 이루기까지 100년이 걸렸다”고 말하며 몇 년 안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정부 중심의 강력한 톱다운 방식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다만 정책적인 부분에서 일관성이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 / jwk1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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