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해외 순방 직전에…트럼프 "군용기 타지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해외 순방 출발 몇 시간 전에 가로막았다. 펠로시 의장이 전날 자신에게 서한을 보내 오는 29일로 예정된 신년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신하라고 요구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놓고 대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의 벨기에,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순방을 위한 군용기 사용 승인을 거부했다. 규정상 하원의장은 해외 출장 시 군용기 사용을 요청할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펠로시 의장이 앤드루 공군기지로 떠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내려졌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공군기지로 가기 위해 버스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 앞으로 쓴 편지에서 “(셧다운으로) 80만 명의 위대한 미국 근로자가 급여도 못 받는 상황을 감안할 때 출장을 연기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며 “워싱턴DC에 남아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 나와 협상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순방을 ‘외유(excursion)’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군용기가 아니라) 민간 항공기를 타고 가는 것은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셧다운에 따른 경호 공백 등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체하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TV 연설을 통해 국경장벽 예산 필요성을 설명할 기회를 빼앗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펠로시 의장 순방에 동행하기로 했던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초등학교 5학년처럼 행동하는 일이 너무 자주 있다”고 비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