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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 압수수색 이유가 내비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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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전·현직 대법원장을 통틀어 압수수색을 당한 사상 첫 사례입니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발부했는데요. 주거의 안정을 해칠 만큼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후 항간에서는 “차량을 털면 뭐가 나온다는 걸까”하는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검찰은 왜 차량을 압수수색 장소로 특정했던 것일까요?

한 현직 검사는 고위층일수록 차량에 서류나 집에 갖고 들어가기 애매한 물건들을 잘 넣어두는 습관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집보다는 ‘자신만의 공간’인 차량에 생각지 못한 물건을 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기사가 없이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뭔가’가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전·현직 검사들의 설명입니다. 실제 수사 실무에서도 차량 압수수색은 핵심 대상으로 꼽힙니다.

또 다른 현직 검사는 ‘내비게이션 기록’을 그 이유로 설명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퇴임 후 개인 차량을 이용해왔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 차량의 내비게이션 속 ‘최근 검색기록’을 살펴보면 양 전 대법원장의 퇴임 후 ‘동선’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물론 휴대폰 기지국 기록을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차명폰을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실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은 차명폰을 사용) 동선 파악에 한계가 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다른 법관들과의 접촉 등 정황이 내비게이션 기록에 남으면 추후 ‘증거인멸’의 근거 또는 ‘추가 수사’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릴 때 그 근거로서 제시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는 거지요.

한편 검찰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자택 서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사용하던 USB를 압수했습니다. 자택은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었지만 압수수색 영장에 압수할 물건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 참여인(변호인) 등의 진술에 의해 확인될 경우 그 보관장소를 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기재했기 때문입니다.

압수수색에 참여한 변호인과 양 전 대법원장 본인도 퇴직하면서 가지고 나온 USB가 서재에 보관돼있다고 진술하는 등 압수수색 과정에 협조했습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는 정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죄 등을 적용해 처벌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전망이 강한데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얻은 증거들을 통해 어떤 수사 전략을 펼치게 될까요. (끝) / ky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1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