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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당한 대법관 후보 미는 트럼프… 사법부 정치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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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36년전 일어난 성폭행 미수사건으로 떠들썩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성범죄자로 지목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53)를 옹호하는 한편, 폭로를 한 크리스틴 포드 팔로알토대 임상심리학 교수를 공격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는 ‘캐버노의 지명으로 연방대법원 정치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제목으로 이 같은 논란을 전했다. 대법관 인준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다툼이 격화되면서 대법원이 더욱 양극화된 정치 조직으로 변질되는 중요한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브렛 캐버노 판사는 흠잡을 데 없는 평판을 갖고 있는 휼륭한 사람”이라며 “(캐버노 지명자가)대답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급진 좌파 정치인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포드 교수를 향해 “포드 박사에 가해졌던 (캐버노 지명자의)공격이 그녀가 주장처럼 나빴더라면 당시 본인이나 애정 어린 그의 부모에 의해 즉각 지역 사법당국에 고소가 이뤄졌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리가 (사건이 발생한) 날짜와 시간, 장소를 알 수 있도록 관련 기록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성폭행 미수 사건에 대한 물증이 드러나지 않는 한 인준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의혹도 캐버노 지명자의 낙마를 위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포드 교수는 캐버노와 같은 파렴치한 사람이 대법관이 돼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포드 교수는 1980년대 초반 여름 메릴랜드주(州)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집에서 열린 모임에서 술에 취한 캐버노와 그의 친구가 자신을 침대로 몰아넣었다고 밝혔다.

포드 교수는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상세한 상황을 전했다. 캐버노는 그의 친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을 침대에 눕히고 찍어 누르면서 몸을 더듬고, 입고 있던 수영복을 벗기려 했다. 포드 교수는 “그가 나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를 공격하면서 내 옷을 벗기려 했다”라고 밝혔다. 그 때 캐버노의 또 다른 친구가 (방으로) 뛰어들어와 그들을 말렸다. 그는 캐버노가 다니던 조지타운 예비학교의 같은 반 친구였다. 포드 교수는 “그들 셋이 몸싸움을 하는 동안 방에서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한동안 욕실에서 문을 잠근 채 숨어 있다가 그 집을 빠져 나왔다“고 회상했다.

포드 교수는 당초 오는 24일 의회에서 자신이 고교 시절 캐버노 지명자로부터 당한 성폭행 미수 사건을 증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얼마후 포드 교수는 끔찍한 과거 기억을 떠올리기 전에 수사 당국의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증언 이전에 연방수사국(FBI)의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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