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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혈통' 김여정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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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태 정치부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으로 사실상 북한내 ‘숨은권력 순위 2인자’로 꼽히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단연 존재감을 뽐냈다. 김여정은 이날 평양 순안공항에서 시작된 환영행사를 시작으로 두 정상의 동선을 밀착수행하면서 세세하게 챙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포착됐다.

올해 초 김정은의 특사자격으로 남한을 방무했을때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경직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날 북측 군인과 수행원들에게 지시를 내릴때는 백두혈통의 ‘카리스마’를 풍겼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 항공에 나타나기 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사열을 준비하는 군인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는가 하면 환영 인파의 동선과 문 대통령 내외에게 꽃을 전달할 화동에게도 주의 사항을 전달하는 게 생중계 화면에 잡혔다.

스커트 정장차림에 핸드백을 든 김여정은 김정은과 부인 이설주가 입국장에 드러서자 몇발자국 뒤에서 조용히 따라갔다. 김정은과 이설주가 비행기 탑승용 게단 밑에서 문 대통령 내외를 기다릴 때도 몇 발자국 뒤에 비켜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전용기 계단을 내려온 후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김정은과 세번의 포옹을 나눴다. 문 대통령이 이설주와 짧은 인사를 한 후 다가가 말을 건넨 이가 바로 김여정이었다. 김여정과 공식 만남이 벌써 네번째인 문 대통령은 “공항에 나와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넨 후 한참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여정이 정상회담 의제를 제외한 모든 행사의 총괄 기획자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동선을 따라 다니며 ‘그림자 수행원’노릇을 했을 뿐 아니라 ‘백두혈통’의 후손답지 않은 낮은 자세로 문 대통령 내외를 예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 내외가 공항과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해 환영 꽃다발을 받을 때마다 조용히 다가가 꽃을 건네받았다. 통상 문 대통령의 밀착 수행원이 하는 일을 김여정이 자청한 것이다. 김여정은 이날 남측 방북단 일행에게 허리를 숙여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남한을 첫 방문했을 때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고개만 약간 숙이며 인사를 주고받던 때와 비교된다. 그를 대면해본 청와대 관계자는 “백두혈통으로 나고 자라서 그런지 격식이 몸에 뱄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인사를 주고받을 때도 고개를 약간 끄덕이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끝) /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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