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남북 통합은 EU방식? 스위스 연방식? 북한은 주민 투표 거쳐야만 통일 가능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안대규 지식사회부 기자) 오는 18~20일 2박 3일 동안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먼 미래이긴 하겠지만 남북한 통합 형태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급진적인 통일과 점진적인 통일, 유럽연합(EU)식 통일과 스위스 연방제식 통일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정대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러한 남북 통일 시나리오를 담은 ‘남북통합형태의 법적 쟁점’이라는 연구논문을 지난달 법무부 통일법무과가 발간한 ‘통일과 법률(35호)’에 기고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정대진 연구위원은 남북 통합의 법적 근거가 UN헌장 제1조, 국제인권규약1조에 나온 ‘자결권’이라는 국제법 원칙이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남북 통일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을 설득하려면 남북 통일의 기반이 국내법만이 아닌 국제법에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죠. 자결권이란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으로 UN헌장 제1조 2항 및 제55조,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 제1조,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 제1조 등에 나와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윌슨은 인민을 국가의 체제와 지도자를 결정할 수 있는 주체로 인식했는 데 이러한 사상이 자결권에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2000년대이후 코소보 독립, 크리미아반도의 러시아병합 등도 자결권이 국제적 인정받은 사례”라고 설명합니다.

자결권을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남북이 점진적으로 통합할 경우 이러한 남북 주민들의 자결권 행사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야하기 때문입니다. 남한의 경우 국민투표로 뽑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이 통일을 결정해도 절차적 문제는 없습니다. 이들이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전체 주민의 자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의 자결권 의해 세워진 정부인지 여부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유일독재체제 북한정권이 북한 주민들의 진정한 의사를 반영한 자결권 행사 기구로 정당성을 가지는 지가 문제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주민투표 방식으로 통일에 대한 의사표시를 직접 행사하든지, 투표로 구성된 정부나 대의기관이 이를 위임받아 결정해야한다”며 “북한 정권이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었는 지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유일무이한 대화상대가 북한정권이라면 한반도 평화통일과 북한 인권 개선 등 보다 큰 정의실현을 위해 북한과 전략적 대화와 협상을 시도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일단 북한 정권과 협상을 하돼 사후에라도 주민투표를 거치면 문제가 없다는 분석입니다.

점진적 통합의 경우 5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3단계(연방→연합→단일국가) △2단계(연합→단일) △2단계(연방→단일)△1단계 국가연합통합 △1단계 연방통합 등 입니다. 먼저 3단계 통일 방안의 경우 정 연구위원은 “각각 외교권과 군사권을 유지하다가 통합의 정도가 심화돼 중기 연합체 단계로 들어가면 EU처럼 우위성을 가진 집행기구와 공동의 외교기구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후 남북 단일정부를 구성하고 자결권에 대한 주민 투표를 거치면 통일이 완성됩니다.

2단계 방식에서 연방 후 통합할경우 남북 정부는 상위에 연방정부를 구성해 외교권과 군사권을 이양하게 됩니다. 하지만 남북예멘의 경우처럼 군사권을 동등하게 기계적으로만 배분하고 갈등요소를 해결하지 않고 표면적 통합만 추구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정 연구위원은 경고했습니다.

북한 내부의 내전이나 대량난민사태, 자연재해 등으로 급진적 통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북한을 대신해 북한 지역에서 국가기능을 발휘해야한다고 이 논문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UN헌장 제7장 상의 강제조치, 피개입국의 동의, 인도적 개입, 실패국가·보호책임·재난이론, 자위권·긴급피난·자국민보호 등 일반적인 국제법에 근거하면 한국의 개입이 정당화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한국이 일제감점기 이전부터 존재했고 국가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대한민국’임을 인정받아 남한 정부가 자동적으로 개입할 근거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이밖에 연방정부를 과도기나 최종 통합상태로 합의하면서 외교권읠 일부를 남북이 각기 행사하던지 일정기간 다른 화폐를 하는 등 다양한 복합국가 정부 형태가 있을 수 있다고 소개합니다. 특히 남북 2개의 지역정부만 존재하는 거시연방제만 추진하는 것이 아닌 지역 정부를 10개이상으로 분할하는 중위연방제, 20개 이상으로 나누는 미시연방제를 선택해 북한 권력층의 한국 흡수통합에 대한 공포감을 완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합니다. (끝) / powerzanic@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1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