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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韓銀, 금리인상 두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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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형 정치부 기자)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한국은행과 정부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14일 “(한은의) 통화정책은 부동산 시장 안정만을 겨냥해 할 순 없다”고 밝혔다. 윤 부총재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최근 집값 상승이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과잉에 기인한다는 비판에 대해 “주택 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수급 불균형과 특정 지역 개발 계획에 대한 기대심리가 다 같이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집값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고 말한 것을 두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전날 채권시장은 이 총리의 ‘금리 인상론’에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란 모범 답안을 놔두고 ‘금리 인상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자체가 “한은을 향해 금리를 올리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란 해석이 시장에서 나왔다. 기준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 총리 발언 직후 전날보다 0.06%포인트 가까이 급등(채권 가격 급락)했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넉 달 넘게 ‘연내 금리 동결’에 베팅해 온 시장 참가자들이 순간적으로 쇼크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국채 금리 급등세는 금세 진정됐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상승 폭은 장 마감 전 0.02%포인트대까지 줄어들었다(종가 연 1.921%). 정부가 금리 인상을 압박할 때마다 0.05%포인트 이상 급등 마감했던 과거와 달랐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부장은 “시장이 ‘설마’라며 잠시 경기를 일으키긴 했지만 이내 ‘연내 금리 인상 불가’란 쪽으로 다시 기울어진 것”이라고 했다. 시장이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쇼크 수준으로 나빠진 고용 지표 여파가 크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취업자 증가 폭(전년 동기 대비)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바꾸긴 어렵다”고 했다.

한은 스스로도 ‘이른 시일 내 금리를 올리긴 힘들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해왔다. 신인석 한은 금통위원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물가”라며 “물가안정은 중앙은행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 10월 이후 11개월째 한은 목표치(2.0%)를 밑돌고 있다. (끝) /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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