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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후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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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정년퇴직을 사회생활의 결승점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문구처럼 당시만 해도 정년 후 유유자적한 삶을 꿈꾸는 샐러리맨들이 많았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 비춰보면, 정년은 사회생활의 ‘종점’이라기보다는 ‘반환점’이라 할 수 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생활 기간도 덩달아 늘어났다. 정년퇴직 후 30~40년이나 되는 시간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보낼 순 없다.

시간 관리도 문제지만 돈도 문제다. 정년이 60세로 연장됐다고 하지만, 연금수급 개시 시기도 차츰 늦춰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가 돼야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노령연금을 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만으로는 노후생활비를 충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정년 후에도 새로운 일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정년 후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혹시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을 들여다보면 이 질문을 풀어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1 정년 후 재고용제도를 활용한다

노인대국 일본의 근로자들은 정년 후 어떤 일을 하며 살까. 최근 일본의 시사지 주간 다이아몬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년 후 재취업한 사람 중 82.9%가 재고용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는 정년 후 재고용제도를 실시하는 곳이 많지 않아 다소 생경해 보일 수도 있겠다.

정년 후 재고용제도는 퇴직 후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일본 기업의 정년은 60세인 데 반해 후생연금은 65세부터 수령할 수 있다. 소득 공백 기간이 5년이나 되는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다수 일본 기업들은 정년을 맞은 퇴직자들을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재고용하고 있다. 재고용을 희망하는 퇴직자는 원칙적으로 후생연금 수급이 개시되는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

정년 후 재고용을 선택한 퇴직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퇴직자들이 가능하면 리스크를 덜 짊어지려 하기 때문이다. 60세에 일을 그만두고 65세에 연금을 받을 때까지 아무런 수입도 없이 지내는 것보다야 재고용을 택하는 편이 리스크가 적다. 무턱대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분야로 전직하는 것도 위험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재고용제도를 이용한다고 해서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현역시절보다 임금이 큰 폭으로 삭감된다. 주간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정년 후 재고용제도를 이용한 사람 중 급여가 40% 이상 삭감된 사람이 62%나 됐다. 일의 성격도 크게 바뀐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기는 하지만, 재고용 된 사람들은 대부분 단순한 작업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돕는 서포터 역할을 할 뿐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급여까지 줄어들면 자연히 일할 의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65세까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년 후 5년 정도만 일하고 그만둘 사람이라면 몰라도, 70~80세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년 후 재고용제도를 이용하는 편이 오히려 리스크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년 후 재고용제도를 이용해 5년 정도 심신을 ‘충전(充電)’하고, 일자리는 65세가 돼서 찾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역시절 아무리 우수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5년 동안 ‘방전(放電)’을 하고 나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2 전직해서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한다

정년 후 재고용을 택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자기만의 특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정년을 전후해 전직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지금 일본은 숙련된 일손이 부족해 시니어의 경험을 필요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 일본에서 시니어 채용에 적극적인 곳은 건설업과 제조업 분야다. 버블 붕괴 이후 채용을 줄여 온 까닭에 건설업계는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그렇다고 젊은이를 채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건설현장에 필요한 건축사나 시공관리자는 어느 정도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기나 반도체업종도 증산과 해외 공장 건설 등으로 생산현장 기술자가 부족하기는 매한가지다.

기술이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일자리를 옮길 수는 없다. 전직하기 전에 몇 가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일단 지금 하는 일이 자기 적성에 맞는지 살펴야 한다. 기술이 있어도 나이가 들어 전직하면 어느 정도 급여 감소는 감수해야 한다. 일본에서 55세 이후 전직하려는 사람은 임금이 30% 정도 깎이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고 한다. 정년 후 재고용제도를 이용해 60세 이후에도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 것인지, 급여가 일부 삭감되더라도 일찌감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길지 선택해야 한다.

새로 옮기려는 직장의 정년제도도 확인해야 한다. 정년제도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몇 살까지 일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어렵사리 전직을 했는데 몇 년 일하지도 못하고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기왕에 직장을 옮길 생각이라면 전직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한다. 일본 리쿠르트 연구소가 2017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가 전직에 성공할 확률은 14.6%에 불과하지만, 59세 이하인 근로자의 전직 성공률은 41.1%로 거의 3배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3 독립해서 개인사업을 한다

정년 후 계속 일하는 방법으로 창업도 있다. 샐러리맨으로 오랜 기간 일하던 사람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부딪치는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고 해서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정년 후 재고용을 택한 사람은 소득이 40%가량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껏해야 65세까지만 일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사업을 하면 정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개인사업을 하면 일감 찾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고 불안해 하지만, 전직을 원하는 사람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때도 똑같은 문제에 부딪힌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무 업종이나 창업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주간 다이아몬드는 시니어가 피해야 할 사업 분야를 귀띔해주고 있다. 우선 음식점처럼 초기 시설투자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은 피해야 한다. 자칫 실패하면 어렵게 모아둔 노후자금을 한번에 날릴 수도 있다. 24시간 편의점 프랜차이즈처럼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사업이나 배송처럼 육체를 혹사시키는 사업도 피하는 것이 좋다. 이들 사업은 시니어 체력으로 장기간 버텨내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정보기술(IT)과 인터넷처럼 젊은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분야도 피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이 분야에서 젊은이들의 발상을 좇아가기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4 중소기업을 매수해서 경영자가 된다

정년 후 일은 하고 싶은데 더 이상 남에게 고용되기 싫다면, 회사를 매수해 경영자가 되는 방법도 있다. 일본정책금융공고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2월 현재 일본 중소기업의 절반이 폐업 위기에 있는데, 이 중 70%가 개인기업이라고 한다. 놀라운 점은 폐업하는 개인회사 중 절반이 흑자 상태라는 점이다. 흑자임에도 폐업하는 것은 후계자를 찾을 수 없어서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족 이외의 외부 인재에게 회사를 팔려고 내놓은 경영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퇴직자들이 회사를 사서 경영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 셈이다.

그렇다고 아무 회사나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고의 매수 조건은 잘 아는 업계에서 자신과 관련이 있는 회사를 고르는 것이다. 당연히 재무, 법무, 세무상의 문제가 없어야 하겠지만, 이들 문제가 장부에 기재돼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눈에 드러나지 않는 문제까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회사 매수를 전제로 1~2년 동안 일하면서 주요 회의에 참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서 살펴본 4가지 방법이 국내 실정에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특히 중소기업을 매수해서 경영자가 된다는 것은 고령화가 좀 더 진전된 다음이라면 몰라도 아직 우리 실정과 상당히 동떨어져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눈여겨볼 만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국내에 도입된 임금피크제와 정년 후 재고용제도는 같은 회사에서 5년 정도 더 일하면서 임금이 삭감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정년 후 음식점이나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려는 사람이나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전직하려는 사람들도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겠다. (끝) / (출처 한경 머니 제160호) (필자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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