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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퇴사'를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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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나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직장인의 장래희망 ‘퇴사’. 언제부터인가 ‘입사’만큼이나 ‘퇴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각종 퇴사 관련 책이 하루 걸러 한 권씩 출간되고,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개봉 8일 만에 3만 관객을 돌파했다.

입사만 하면 회사를 뼈를 묻겠다고 각오했던 취준생들은 왜 얼마 못가 퇴사라는 꿈을 꾸며 살아가게 됐을까. 삼성전자 퇴사 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직장인을 위한 교육기관 ‘퇴사학교’를 만든 장수한 대표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 퇴사학교를 운영하며 퇴사를 선택한 혹은 선택하려는 직장인을 많이 만났을 텐데, 그들이 퇴사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퇴사학교를 찾은 5000여 명의 직장인의 고민은 비슷하다.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 회사에서 배우는 게 없다, 야근 때문에 개인 시간이 없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너무 힘들다, 아무리 노력해도 허무함이 느껴진다 등이다. 이유는 조금씩 달라도 결국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 장수한 대표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퇴사’했다. 이유는 무엇이었나.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생이 그렇듯 나도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길을 그대로 걸어왔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열심히 다녔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20대 때는 토익, 토플, 한자 등 스펙을 열심이 쌓아 대기업에 입사했다. 입사를 하고 나서야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월급을 위해, 주말 이틀을 위해 나의 일주일 중 70%를 희생한다고 생각하니 회사 안에서 더 이상 소모되고 싶지 않았다. 형용사가 아닌 동사로 살고 싶어졌고, 성공하기보다는 성장하고 싶었다.”

-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라는 말도 있다. 직장인 신분을 떼고 나온 회사 밖의 세상은 어땠나.

“퇴사 후 처음 몇 개월 동안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주입식 교육으로 잃어버린 20년, 경직된 인생의 근육을 부드럽게 풀고 싶었다. 그렇게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대기업 명함을 뗀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초라한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무엇이든 시작해보자는 용기도 얻었다. 원점으로 돌아가 그동안 생각만 하고 망설였던 것을 직접 경험해보고, 행동에 옮겼다. 사실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나의 바닥을 본 그때 그 순간은 정말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회사 안에서 퇴사를 치열하게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 퇴사 후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처럼 인생의 방향성이 정해지면 앞으로의 일을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인생의 방향성에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수정될 수도 있다. ‘이쪽으로 가볼까? 그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하고 한 발 내디뎌 보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퇴사 이후 삶과 새로운 도전에 만족해하더라.”

-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취업이 어려운 때이기도 하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지 않기 위해 회사 생활에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을까.

“회사는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를 탐색하기 위한 최고의 학교다. 회사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한 일 찾기를 준비해야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길 바란다. 동시에 회사에서 하는 일 중 내가 몰입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 있는지 찾아봐야한다. 만약 없다면 틈틈이 회사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준비하고, 실행에 옮겨보는 거다. 회사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미래를 준비해야한다. 그럼 회사생활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됐을 때는 ‘이런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 목록에서 제외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되고, 직장 상사와 트러블이 있을 때는 ‘이렇게 사람을 대하는 상사가 있는 곳은 가고 싶은 회사 목록에서 제외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여유가 생긴다.”

- 취업준비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기준으로 회사를 선택할 것 같나.

“내가 추구하는 삶은 무엇인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것 같다. 내가 추구하는 삶을 알아야 주체적으로 그에 맞는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이 회사에서는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없겠구나’ 혹은 ‘이 부분이 충족되기 때문에 다른 부분을 참을 수 있어’라는 나만의 기준을 수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회사생활을 주체적으로 시작하면 입사 이후의 삶도 충분히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퇴사학교 대표로서 취업준비생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당장은 ‘어디라도 취업하고 싶다’, ‘야근도, 비합리적인 일도 모두 참을 수 있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이 이미 취업했다면 더 초조할 것이다. 조금 일찍 되느냐, 늦게 되느냐의 차이일 뿐 몇 년 후에는 모두 직장인이 돼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지는 않을거다. 내가 추구하는 삶은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알면 주체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다.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1순위 가치가 충족되기 때문에 다른 부분을 참을 수 있는 회사인지 등 나만의 기준을 수립해 취업하는 것이 좋다.” (끝) / phn0905@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