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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되는 경제지표마다 최악…한은도 결국 ‘금리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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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한경비즈니스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또다시 동결했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가 잇따라 부진하게 나타난데 따른 결정이다.

9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함으로써 양국 간의 기준금리 격차 또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해외 자본의 이탈 등으로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제 더 나빠져도 연내엔 금리 인상”

한은은 서울 중구 태평로 본관에서 8월 3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1.25%에서 0.25% 인상한 이후 여섯째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됐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한국의 경제 여건이 금리를 인상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그동안 국내 경제에서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방침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경제지표들은 실물경기가 점차 침체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8월 발표된 고용 동향을 보면 신규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000명 늘어나는데 그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처럼 취업하기가 어려운데 소비 심리가 좋을 리 만무하다.

한은이 8월 28일 발표한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3월(96.3) 이후 17개월 만의 최저치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얼어붙었다.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4를 기록하며 1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통계청이 8월 31일 발표한 ‘7월 산업 활동 동향’에서도 한국의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미래 경제의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0.6% 줄어 5개월 연속 하락세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는데 이후 20년 만의 최악이다.

경기 동향을 가늠하는 잣대인 선행지수 및 동행지수도 반등에 실패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전월보다 0.3포인트 떨어져 4개월째 하락했고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 역시 2개월 연속 떨어지며 99.8을 나타냈다.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8월 99.8을 기록한 후 23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계속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격차가 문제가 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75~2.00%다. 한국과 0.50%포인트 차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면 양국 정책금리 차이는 0.75%포인트로 커진다. 이에 따라 연내에는 국내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거나 혹은 더욱 나빠지더라도 결국엔 한은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오랫동안 계속되면 굉장한 타격이 올 수 있다”며 “천천히 침체되는 실물경기와 다르게 금융시장은 한순간에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한은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더욱 무게를 둬 국내 경기 상황이 좋아지지 않더라도 연내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오늘의 신문 - 2024.03.1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