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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 때문에… 요즘 게임회사 목표는 2등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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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IT과학부 기자) “1등은 생각 안 한 지 오래고요. ‘2등을 하자’가 목표입니다.”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된 게임시장에서는 구글플레이(앱 장터) 순위가 인기의 지표로 통한다.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요즘 내놓는 신작의 목표를 앱 장터 1위가 아닌 2위에 맞춘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정상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리니지M’ 때문. 지난해 6월 정식 출시된 이 게임은 1년 넘도록 1위를 꿰차고 ‘장기집권’ 중이다. 경쟁사들조차 “리니지M의 1위 행진은 당분간 쭉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리니지M은 올 상반기 구글플레이에서 최소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5위인 ‘검은사막 모바일’ ‘리니지2 레볼루션’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의 매출을 다 더한 것보다 많았다. 지난 2월 나온 검은사막 모바일을 제외하면 모두 출시 4년이 넘었거나 매출이 하향세로 돌아선 게임들이다.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신작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수익성 면에서도 리니지M과 다른 게임 간의 격차는 크다. 와이즈앱이 올 6월 기준 구글플레이 이용자 1인당 매출을 분석한 결과 리니지M은 20만8000원을 기록했다. 이어 ‘라그나로크M’ 4만4000원, ‘글로리’ 4만3000원, 12세 이용가로 따로 나온 ‘리니지M’이 4만1000원, ‘삼국지M’이 3만4000원 등으로 추정됐다. 1위와 2위가 네 배 이상 차이나니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회사들이 ‘2위 달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웹젠은 지난 6월 초 ‘뮤 오리진2’가 구글과 애플 앱 장터에서 2위에 오르자 “리니지와 뮤의 경쟁이 15년 만에 재연됐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렸다. 펄어비스는 잠시 순위가 하락했던 ‘검은사막 모바일’이 2위에 복귀하자 “재탈환”을 자축하기도 했다.

리니지M이 조(兆) 단위의 누적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유료 아이템 결제, 이른바 ‘현질’을 유도하는 특유의 설계는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5월 리니지M 출시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직장인 연봉 이상을 쏟아붓는 사람도 많은데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대놓고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국내외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건 사실이지만 게임산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키우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니지M의 ‘대항마’를 키우기 위한 경쟁사들의 대응법은 다양하다. 리니지M과 비슷한 유료 아이템 중심의 결투게임을 내놓는 곳도 있고, 아이템을 사지 않아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도 한다. 후자와 같은 게임에 업체들은 ‘착한 게임’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있다. (끝)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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