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중 하나는 세종청사의 설계 구조 때문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세종청사 구조 때문에 이 부처, 저 부처 다니며 회의를 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이동 중 땀에 흠뻑 젖을 정도입니다. 모든 부처가 사실상 한 줄로 늘어져 중앙 공간을 비운 채 동그랗게 말려있다 보니 빚어진 현상입니다.
이 중앙 공간에 새 건물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아직 서울청사에 있는 행정안전부 등이 세종시로 내려오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021년 말까지 세종청사 가운데 공간에 새 청사를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용의 여의주와 비슷한 위치가 될 것 같습니다.
현재 구조상 세종청사 가운데 공간이면 어느 부처든 쉽게 오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한 가운데 건물을 쓴다는 것은 부처 사이에서 그만큼 위상을 뽐낼 수도 있겠죠.
새로 들어설 이 건물의 주인 자리를 두고 벌써부터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현재 세종청사 각 부처들이 당연히 각자 건물을 그대로 쓰고, 새 건물엔 본인들이 입주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기획재정부 생각은 다릅니다. 모든 부처의 업무를 총괄 조율하는 기재부 특성상 본인들이 가운데 건물에 있어야 다른 부처도 편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한 가지 숨은 이유가 더 있습니다. 기재부가 입주한 현재 건물(세종청사 4동)이 세종청사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좋지 않은 곳에 입지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과거 세종청사 각 건물에 부처를 첫 배치하는 회의 때 기재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기재부는 주차장도 모자라 바로 옆 민간 아파트 주차장을 빌려 쓰는 방안까지 협의하고 있습니다.
행안부와 기재부의 기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복병이 나타날 수도 있겠죠. 누가 이기나 지켜보시죠. (끝) /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