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책상머리 규제’를 혁파해 달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국내 효소 관련 유기농 인증제도가 없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바이오업체, “코스닥 시장 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아 손해를 봐가며 건강식품업체를 인수합병하는 신약 개발업체가 많다”는 제약업체 등 생생한 목소리가 쏟아졌죠. “제조업으로 회사를 설립하려면 주소지를 대학 연구실로 할 수 없어 쓸데없이 사업장을 빌리고 인허가를 새로 받아야 했다”는 대학 교수도 있었습니다.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는 공무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중앙 부처 관계자들은 대체로 “서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개선을 추진하고 보완책을 찾아주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같은 대답에 업계 관계자들은 상당히 만족해하는 눈치였습니다. 한 업체 대표는 “작은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서류를 싸들고 세종시 청사를 헤매며 부처를 찾아다녀야 하는데 이렇게 ‘세트’로 찾아와 목소리를 들어주니 너무 좋다”고 했죠.
하지만 청·처 등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규제기관에서 나온 공무원들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우선 “조직과 인력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나름의 고충은 있겠지만 공무원이 정책 수요자에게 쉽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중소기업 대표에게 언성을 높이다가 제지당한 공무원도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다른 부처 공무원들이 보는 앞에서도 저러는데 평소 갑질은 얼마나 심하겠느냐”고 꼬집을 정도였죠.
투자지원 카라반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강조하는 ‘혁신성장’ 정책의 일환입니다. 전날 김 부총리는 서울 신촌동 인근 소상공업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공무원들이 현장을 모르면 (러닝머신의) 트레드밀 위에서 뛰는 것처럼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다”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옳은 방향으로 보입니다. 다만 현장에 ‘고인 물’이 돼 갑질과 복지부동이 몸에 밴 일부 공무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할 듯 합니다. (끝)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