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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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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의 청년 창업 이야기 ③) 인도 여행이 세상을 밝히는 창업으로 이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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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 중소기업부 기자) “저도 취업 걱정을 하던 평범한 공대생이었어요. 인도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빛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됐습니다. 상품을 만드는 생각보다 저렴하게 빛을 밝히는 물건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박제환 루미르 대표는 중앙대 전기전기공학부를 다녔다. 대학을 다닐때는 창업을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다. 여느 대학생처럼 취업을 우선 순위에 놓고 생활했다. 스스로도 외향적이기보다는 내향적인 성격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창업보다 직장생활이 어울리는. 2014년 인도여행이 그를 창업가의 길로 안내할 줄 당시에는 몰랐다.

박 대표는 “정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도 사람들이 낯설게 보였다"며 “대학교 전공인 전자공학 지식을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친구와 인도 여행을 하던 중 저녁에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일대가 정전됐는데도 가게 주인과 주변 사람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주인은 담담히 호롱불을 켰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전력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일이었다. 박대표는 빛이 개발도상국에서는 절실한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4년 1학기 교양과목으로 ‘캠퍼스 CEO’라는 수업을 듣게 된다. 박 대표는 “인도 여행을 막 다녀온 후 ‘빛’이라는 주제에 몰입해 있었다”며 “가정용 무정전 전원장치(UPS)를 수업 과제로 개발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개발한 것은 전기를 모아줬다가 정전이 되면 자동으로 켜지는 램프였다. 이 램프는 이후 8개 창업대회에서 대상을 받게 됐다. 상금이 2억원 넘게 모였다. 2014년 말 박 대표는 이를 상품화하기로 결심했다. 루미르를 창업하고 본격적인 상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루미르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2000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했다. 현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등유 램프의 5분의 1가격으로 빛을 밝힐 수 있는 제품이다. 코이카와 GS글로벌 등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인도네시아 출장을 오가며 이뤄낸 성과였다. 인도네시아는 1만7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다. 6000개의 섬에 사람이 살고 있는데,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섬이 많다. 박 대표는 “현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등유 램프는 공기 중에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많다”며 “쓰고 남은 폐식용유로도 사용이 가능한 루미르 LED램프가 인도네시아의 오지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빛을 구상한 인도가 아닌 왜 인도네시아에 먼저 제품을 수출했을까. 2015년 3월 한 창업대회를 통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빈민가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섬나라인 인도네시아도 빛이 절실한 개발도상국이란 사실이 박 대표에게 크게 와닿았다. 그는 “소득수준이 높은 수도 자카르타에는 디자인 조명인 루미르S를 팔고, 오지 섬에는 개발도상국용 제품인 루미르K를 보급하기로 전략을 짰다”고 설명했다. 루미르 S와 루미르K 제품을 한 번에 공급하면 물류비 절약이 가능하다.

루미르는 국내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사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대표적인 ‘소셜 벤처'로 꼽힌다. 박 대표는 “개발도상국을 돕는다는 생각만으로 하는 일은 아니다"라며 “루미르K와 같은 제품이 저렴한 가격으로 현지에서 안전하게 빛을 밝히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렴한 가격의 상품이 최대한의 효용을 주는 것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의미다.

박 대표는 “큰 포부나 거창한 목표를 갖고 시작한 창업이 아니었다”며 “하려고 했던 일 중 90% 이상이 뜻대로 안되는 것이 사업인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회계 지식도 없어 헤맨 적도 있었다. 그러나 루미르의 사업성과 사회적 의미를 알아보고 찾아오는 대기업과 투자회사는 적지 않다. 박 대표는 “빛을 밝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욕이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며 “루미르 제품이 선진국과 개도국을 모두 밝히는 조명 기업으로 키워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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