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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 재등장한 ‘보물선 테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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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주식시장에 ‘보물선 테마주’가 등장했습니다. 발단은 경북 울릉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가 113년 만에 발견됐다는 소식입니다.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오전 9시 울릉도 인근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17일 밝혔습니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공격을 받고 침몰했습니다. 이 배에는 현재 가치로 150조원가량의 금화와 금괴가 실려있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돌았지만 현재 금화 등이 실려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신일그룹이 이같은 발견을 했다고 알려지자 제일제강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가격제한폭인 960원(30.0%)까지 오른 4160원에 마감했습니다. 제일제강은 건설용 철강 전문업체로 지난 6일 신일그룹 류상미 대표 등에 경영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류 대표 등은 제일제강 최대주주인 최준석 씨 등으로부터 제일제강 주식 451만1239주(17.34%)를 185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주당 인수대금은 4511원입니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인양 사업과 바이오사업, 종합건설업(아파트 브랜드 신일유토빌),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블록체인 엔터테인먼트 등 최근 증시에서 투자금이 몰리는 사업은 모두 하는 셈입니다. 신일그룹 계열사 가운데 공시로 회사 현황이나 재무제표 등의 확인이 가능한 회사도 지난 6일 인수한 제일제강 뿐입니다. 공교롭게도 돈스코이호 발견을 9일 앞두고 제일제강을 인수했고, 제일제강 주가도 급등했습니다. 제일제강은 지난해 매출 310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말 자본은 592억원에 달합니다.

돈스코이호가 주식시장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0년 말 동아건설은 돈스코이호 인양권을 주장하며 ‘보물선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이 회사는 2000년 12월15일부터 2001년 1월4일까지 17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했고 310원이었던 회사 주가는 3265원으로 10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동아건설은 유동성 위기로 2001년 3월 상장폐지됐습니다. 같은 해 상장사였던 삼애인더스는 진도 죽도 해저에 군수자금을 싣고 일본으로 귀환하던 중 침몰한 일본 군함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재차 폭락했습니다. 같은 해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상장사인 흥창은 군산 앞바다에서 쾌창환이라는 보물선 인양을 추진했지만 자금난에 몰려 부도처리되기도 했습니다.

제일제강과 신일그룹이 보물선 인양으로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과거 기업들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릅니다. 제일제강을 바라보는 투자자들도 이를 고려해 꼼꼼하게 살펴보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길 바랍니다. (끝) / lovepen@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4(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