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리더가 칼퇴근해야 직원 부담 주지 않아”…윤석헌 금감원장의 소탈 리더십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강경민 금융부 기자) “수행비서 한 명 없이 배낭을 메고 출퇴근하며 직원들을 볼 때마다 항상 머리 숙여 인사하는 원장의 모습을 보고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모습이 얼마나 갈까 싶었는데,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나서도 여전하시더라구요.” (금융감독원 관계자)

금감원에선 윤석헌 금감원장(사진)의 ‘소탈 리더십’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윤 원장은 지난 5월8일 공식 취임했는데요. 취임 두 달여 만에 금감원 임직원들 사이에선 역대 원장 중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상사’ 1순위 후보에 올랐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기자가 금감원 직원들을 사석에서 만날 때도 ‘윤 원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얘기를 적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금감원 임직원들에 따르면 윤 원장의 리더십은 ‘소탈’, ‘온화’, ‘겸손’이라는 단어로 요약됩니다. 금감원장은 금융사 건전성과 금융소비자보호라는 목적의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역대 금감원장 중에선 직원들을 대할 때도 다소 권위적인 모습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윤 원장은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는 것이 금감원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올해 만 70세인 윤 원장은 금감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각종 회의 때마다 직원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쓰고 허리를 숙여 인사합니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들을 일일이 배웅하죠. 윤 원장은 부원장보 이상 임원뿐 아니라 팀장급 직원들과도 수시로 식사하며 만나고 있습니다.

회의 석상에서 직원들을 배려하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일화를 소개해 볼까요. 윤 원장은 최근 한 임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제가 그동안 학자 시절에 연구했거나 언론 칼럼 등을 통해 주장한 내용들을 너무 의식하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혹시라도 각 부서에서 제 기존 주장에 맞는 보고서들을 올릴까 걱정이 됩니다. 각 부서에선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셔도 됩니다.”

윤 원장의 ‘칼퇴근’도 금감원 직원들에겐 신선한 모습입니다. 윤 원장은 매일 오전 8시30분에 여의도 금감원 본원으로 출근하고, 오후 6시30분에 퇴근합니다. 이전 금감원장들이 주말마다 출근해 임직원들로부터 수시로 보고를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선 리더가 칼퇴근해야 직원들이 부담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윤 원장의 지론이라고 합니다.

수행비서 없이 배낭을 멘 채 출퇴근하는 것도 여전합니다. 기자가 최근 한 저녁 사석에서 우연히 윤 원장을 만났을 때도 그는 수행원 한 명도 없이 배낭을 멘 모습이었죠.

그렇다고 윤 원장이 항상 온화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금융현안에 대해선 회의 때마다 강한 소신과 철학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소비자 보호와 금융윤리에 어긋나는 부당행위는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신을 지닌 원칙주의자라는 것이 윤 원장을 바라보는 금감원 임직원들의 공통적인 평가입니다.

윤 원장의 이런 리더십이야말로 올 초 원장들의 잇따른 낙마로 사기와 권위가 떨어진 금감원의 위상을 취임 두 달 만에 회복시킨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윤 원장의 이 같은 리더십이 앞으로도 계속돼 금감원이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독립된 금융감독 총괄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 /kkm1026@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4(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