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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의 청년 창업 이야기 ②) 문래동 철공단지에 꽃피운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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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 중소기업부 기자) 모두가 망한다고 말했다. “장사의 신이 와도 망한다"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박경준 아이언랩 대표가 2011년 쇳소리가 가득한 서울 문래동 철공단지에 고깃집을 열 때 주변 반응이었다. 박 대표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곳에 있기에 입소문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 시내에 있다면 누구든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아이언랩은 삼겹살 프랜차이즈인 ‘철든놈'과 ‘숙달돼지’ 등을 운영하는 회사다. 올해 50개 가맹점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문래동에서 1호점으로 시작한 철든놈은 박 대표가 직접 개발한 무연 구이기가 특징인 가게다. 연기가 나지 않아 초기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철든놈이 잘 나가자 두번째 브랜드 숙달돼지를 선보였다. 숙달돼지는 고기를 판매할 때 도축일부터, 농장주, 소재지, 숙성날짜, 숙성관리자, 관리 온도 등 ‘고기스펙’을 알려준다. ‘숙성’이 돼지고기 소비에서도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대표가 문래동에서 고깃집을 열게 된 과정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군 복무를 마친 2009년 연기가 나지 않는 고기 구이기를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렸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설계도면을 그리는 데만 3년 가까이 걸렸다. 문래동에 자리를 잡은 것도 구이기 생산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래동은 번듯한 식당 하나 없었다. 박 대표는 고등학교 동창과 함께 월세 70만원 짜리 창고(약 60평)로 이사했다. 구이기를 개발하는 1년 정도는 창고 한켠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하지만 구이기 생산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금형 제작을 포함해 비용이 3억 원 이상이 들었다. 박 대표는 “당시 사업자금은 소상공인 대출을 통해 얻은 5000만원이 전부였다”며 “몇 년동안 개발한 무연 구이기를 상품화하기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박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무연 구이기를 활용한 고깃집을 열기로 결심했다. 구이기 개발을 하던 문래동 작업실을 고깃집으로 꾸미는 데는 7개월 가까이 걸렸다. 자본금이 모자라 직접 인테리어를 했다. 그는 “실패해도 잃을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주변에선 다들 말렸다. 역세권도 아닌 소형 공장들만 있는 곳에 고깃집을 여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초기에는 손님도 없었다. 박 대표는 “동네에선 바보라고 불렀다"며 “처음 한달간은 지인들만 들리는 공간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독특한 발상이 언젠가는 입소문을 탈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단점은 곧 장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가게 문을 연지 한 달 만에 첫 손님이 방문했다. 박 대표가 고깃집 준비 과정을 올린 블로그 글을 보고 찾아온 손님이었다. 박 대표가 직접 개발한 무연 구이기를 경험한 손님은 또 다른 손님을 불렀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독특한 위치와 인테리어는 다큐멘터리 작가, 잡지사 편집장 같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문래동 철든놈은 얼마 지나지 않아 2시간씩 줄을 서서 먹는 대박 고깃집이 됐다.

아이언랩은 박 대표의 두 번째 사업이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사업가를 꿈꿨다. 전공도 경영학으로 정했다. 20살 때부터 부산대 창업 보육 센터에 입주해 ‘침수 방지문’을 개발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 살던 경남 창원에서 물난리가 나는 것을 보고 아이템을 떠올렸다"며 “관공서와 건설회사에 납품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대 초반은 건설 시장에서 사업을 하기에는 어린 나이었다. 건설업체와의 거래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바탕으로 식품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경쟁이 치열한 외식업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까지 진출하는 식품회사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한국의 구이문화와 한식을 해외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20살부터 사업을 시작한 그에게 실패의 두려움은 없었냐고 물었다. 박 대표는 “사업을 하는 과정은 끊임없이 위기를 맞이하는 일"이라며 “오히려 위기가 없으면 사업이 정체됐다는 의미라서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철든놈 강남역점에 불이 나는 등 위기를 여러 번 경험했다. 직영점이 입점해 있는 건물의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멘토는 책이라고 했다. 그는“대학생 때부터 경영과 관련한 책을 500권 이상씩 읽으면서 다양한 사례와 아이디어를 참고했다”며 “사업을 서두르지 않고, 실패 요소를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끝) /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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