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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금융소득종합과세 해프닝의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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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규 경제부 기자) 지난주 수십만 금융자산가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는 일단 없던 일이 됐습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에서 1000만원 초과로 강화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청와대까지 여기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입니다. 금융소득이 연간 1000만~2000만원인 31만명이 추가 과세 대상이 될 뻔했다가 한숨 돌리게 됐습니다.

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반대 이유로 “아직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는 말장난에 가깝습니다. 기재부는 지난해 정권이 바뀐 뒤 ‘전혀 준비되지 않았던’ 대기업, 고소득자 대상 법인세, 소득세 인상도 청와대 하명에 하루아침에 해낸 기술자들입니다. 준비는 늘 돼있습니다. 하명이 없었던 것이지요.

청와대가 반대한 이유 중 하나는 종합부동산세 과세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금융소득종합과세까지 건드릴 경우 반대 여론이 너무 커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종부세는 ‘진짜 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이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어느정도 부자’까지 건드리는 것이어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한 가지 기술적인 이유가 더 숨어 있습니다. 자산 종류별 과세 형평성 문제입니다. 지금은 주택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면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세제는 올해까지만 유효합니다. 내년부터는 2000만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도 14% 세율로 분리과세 적용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내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1000만원 초과로 강화할 경우 임대소득은 2000만원까지, 금융소득은 1000만원까지만 분리과세 혜택을 받게 됩니다. 적어도 과세 측면에선 임대소득이 금융소득보다 더 유리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금융자산이 부동산으로 옮겨갈 유인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정부가 이를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당연히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에는 일단 반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렇다고 금융자산가들이 계속해서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준비가 덜 됐을 뿐’이라는 정부의 설명이 이제 이해가시나요. (끝)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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