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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중국발 위기설에 떨고 있는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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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중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간 격화하고 있는 무역 갈등만이 아니라 중국 내 기초체력(펀더멘털) 자체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는 것이죠.

실제 올 들어 가팔라지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로 인해 신흥국에서 증발한 시가총액 중 4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국 중앙은행은 경보까지 보내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겁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중국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데 미국과 무역 전쟁 등의 요인까지 겹쳐 실물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중국에서 촉발한 금융 불안은 다른 국가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논리였고요. 중국 리스크는 국제무역, 원자재 시장, 은행간 자금거래 등의 채널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아마 영국은 중국 은행과 직간접적인 거래가 많은 국가에 속해 이런 경고를 사전적으로 내놓은 걸 수도 있습니다. 한국도 영국, 미국, 일본 등을 제외하면 중국과 거래가 많은 국가에 속합니다.

사실 중국 위기설을 단순히 최근 불거진 미국과 무역 전쟁 탓으로만 보기엔 어렵습니다. 중국의 경제지표 악화와 신용경색, 유동성 부족, 기업들의 채무불이행,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 실패 등 중국 내부 문제들이 미·중 무역 전쟁 격화로 한꺼번에 불거져 주가 급락과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게 맞을 듯 합니다.

중국 위기설은 한국에도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당장 미·중 무역 갈등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고요,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치솟으면(위안화 가치 하락) 위안화 가치에 연동돼 움직이는 원·달러 환율 역시 뛰게(원화 가치 하락) 된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위안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최근 중국 경제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은은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다소 낮은 6.7%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내년에는 6%대 초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특히 고정투자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부채 축소 의지도 성장 둔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고요. 중국에선 자금 압박과 유동성 경색 위기에 몰린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답니다. 지난달부터 아시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것도 중국 경제의 이같은 흐름을 미리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한은은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 선거를 기점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부분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 걸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해소를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 또 다시 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한은 관계자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중국의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 등을 앞두고 부분적인 타협안이 발표될 것”이라면서도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며 미국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 분쟁에서 발생할 손실을 줄이기 위해 개혁 개방과 수입 확대 등 무역 경쟁력 강화 조치에 나서고 있는데 중국의 경쟁력이 커지면 미국을 위협하는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물론 미·중 무역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긴 합니다. 미국 경제에 미칠 경제적 손실이 불 보듯 뻔하고 무역 제재 조치 등으로 피해를 입는 기업이 늘면 아무래도 업계의 정치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거든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장이 생각하지 못한 수준의 발언을 이어가는 건 일종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겁니다. 어찌됐든 수출부터 외환시장까지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당분간 계속될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 위기설에 경각심을 높일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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