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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위기에 무역 전쟁까지…원화 가치 악재 '첩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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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18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지난주 환율 급등에 이어 이날까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죠. 환율이 상승했다는 건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로 올라선 건 지난해 11월 이후 약 7개월 만입니다.

남북한 정상회담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서 원화 가치를 억누르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꽤나 사라졌는데도 이처럼 원화 가치를 힘을 못 쓰고 있는 건 미국과 중국간 무역 전쟁 때문입니다.

미국은 총 500억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중국산 품목 1102개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이 중 340억달러 규모는 당장 다음달 관세 부과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500억달러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응수했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 국제 교역이 위축돼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세계 1·2위 경제대국간 갈등은 유럽연합(EU)이나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쳐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고요. 한국 경제에는 큰 부담 요인입니다. 수출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거든요. 한국의 수출 중 대중 수출은 25%, 대미 수출은 1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미국과 중국간 무역 전쟁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할 수도 있고요. 전문가들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글로벌 무역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섭니다.

더욱이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등 한국 경제에 대한 암울한 진단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그 여파는 더 클 수 있습니다. 아직 내수는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생산, 투자 지표마저 꺾인 상황에서 고용마저 최악을 나타내고 있거든요. 이렇게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바닥 근처까지 떨어진 때 수출마저 흔들리게 되면 타격은 확대될 수 있죠.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는 미국의 금리 인상도 관건입니다.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또 다른 요인이라는 말입니다. 미국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올 하반기에 두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계획을 내비쳤습니다.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배경입니다. 그런데 유럽은 금리를 당분간 동결하겠다고 했죠. 상대적으로 유로화 약세가 나타나면서 달러화 강세를 더 부추기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굳히게 된 겁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 전쟁 격화로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통화의 약세 압력이 높아졌고,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원화 가치가 당분간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급격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한때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0원대까지 주저앉았죠. 이 때문에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급격한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조속히 바꾸자는 주장들이 나옵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몸살을 앓는 고질적인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출 국가를 다변화하고 서비스업 발전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