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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兆 해외송금한 외국계기업...주주 친화책일까 거위 배가르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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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주요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 상당수를 배당과 기술수수료(로열티) 명목으로 해외로 송금하고 있습니다. 배당은 늘고 있는 추세지만 설비투자 등은 줄어드는 점이 눈에 띕니다.

18일 한국경제신문이 외국인·외국법인 지분이 100%인 12월 결산법인 30곳의 감사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배당금 총액은 2조760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16년 같은 기간(1조6117억원)보다 71.3% 늘어난 규모입니다. 집계대상 가운데 한국바스프(배당 4200억원) 코닝정밀소재(3296억원) 한국쓰리엠(2280억원) 등의 배당규모가 두드러졌습니다.

이들 기업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3조8446으로 전년(2조5395억원)보다 51.3% 늘었습니다. 지난해 평균 배당성향(배당금 총액/순이익 합계)은 71.8%로 전년(63.5%) 대비 8.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순이익으로 100원을 벌면 71.8원을 배당한 셈입니다. 지난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배당성향(33.8%)의 두배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외국계 기업들은 로열티로도 2796억원을 해외 본사·계열사에 지급했습니다. 로열티와 배당을 합치면 3조405억원을 해외로 송금한 것이죠. 이같은 주주환원은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는 등 긍정론도 적잖습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의 배당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경상북도 구미에 공장을 운영하는 유리 제조업체 아사히초자화인테크노는 지난해 순이익(65억원)의 16배를 웃도는 1100억원을 배당하기로 했습니다. 이 회사는 세계 4대 유리기판 제조업체인 일본 아사히글래스의 한국법인입니다. 지난해 하나은행과 맺은 200억원 한도의 차입약정 계약을 해지하고 미즈호은행·미쯔비씨도쿄UFJ를 비롯한 일본계 은행과만 자금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 탓에 “한국에서 이익을 내면서 일본 본사와 기업에만 신경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아사히초자화인테크노처럼 지난해 배당금이 순이익을 웃도는 외국계 기업은 한국아이비엠(배당성향 200.7%) 한국화이자제약(168.5%) 한국다우케미칼실리콘(164.7%) 한국쓰리엠(133.3%) 뉴스킨코리아(109.2%) 듀폰코리아(107.1%)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105.3%) 오비맥주(105.5%)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쓰리엠은 미국 쓰리엠과 기술 도입계약을 맺어 순매출의 7%가량을 기술도입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 쓰리엠으로부터 업무지원, 내부감사 등의 용역지원의 대가 등으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한국쓰리엠은 이같은 수수료로 지난해 해외 계열사에 854억원가량을 송금했습니다. 한국아이비엠도 비슷한 명목으로 지난해 계열사 등에 852억원을 보냈습니다. 지난해 순이익(439억원)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같은 수수료 등은 판매관리비 명목으로 회계처리되는 만큼 영업이익 규모를 줄입니다. 장부상 이익을 줄여 절세 효과를 누리는 것입니다.

외국계 기업들이 이처럼 배당과 로열티 등으로 본국에 송금하면서 투자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집계 대상 30개 외국계 기업이 지난해 투자규모(투자활동 현금흐름에서 금융상품 취득 등을 제외)는 8040억원으로 전년(1조170억원)보다 20.9% 줄었습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195조원)가 전년 대비 7.8% 늘어난 것과는 상반된 움직임입니다.

※집계대상 외국계 기업:코닝정밀소재 오비맥주 라이나생명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바스프 한국씨티은행 산와대부 한국쓰리엠 푸르덴셜생명보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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