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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소량의 원전 중수 누출에도 호들갑을 떨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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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 경제부 기자) 며칠 전 원자력발전소 사고 소식이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지상파 방송들이 ‘원전 근로자 29명 피폭’이란 자극적인 제목으로 현장 동영상을 담아 대대적으로 보도했지요.

사고 장소는 월성 3호기로, 냉각재로 사용되는 중수가 누출돼 근로자 상당수가 방사능에 노출됐습니다. 정부 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즉각 조사단을 파견했지요. 환경단체는 “민관 합동조사를 실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구요.

이번 사고를 알아보니, 한국수력원자력의 8년차 젊은 직원이 실수로 엉뚱한 냉각재 밸브를 열었던 게 시발이었습니다. 이 밸브를 20여분 개방했다가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급히 닫았다는군요.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되지는 않았습니다. 근로자 29명의 피폭량 역시 낮은 수준이었구요. 방사능의 연간 노출 허용치가 20mSv(밀리시버트)인데 가장 많이 노출된 사람의 피폭량이 2.5mSv에 불과했습니다. 암 진단을 위해 PET/CT를 한 번만 촬영해도 8mSv의 방사능에 노출됩니다.

각 작업자들은 특수작업복과 개인별 방사능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있어 누출양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원전 내에선 작은 실수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만큼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당연히 소량의 중수 누출도 위험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와 방송, 시민단체의 반응은 호들갑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 후 한수원은 예정에 없던 이사회를 열어 월성1호기를 조기폐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제성과 함께 ‘안전’을 이유로 들었지요. 또 현재 건설 중이거나 예정된 신규 원전 4기를 취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된 겁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월성3호기나, 조기폐쇄한 월성1호기는 모두 가압 중수로형 원자로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 단 4개(월성1~4호기)밖에 없지요. 중수로형은 경수로형과 달리 마음만 먹으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핵무기 전용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월성1~4호기가 반핵·반전단체의 표적이 됐던 배경 중 하나입니다. 중수로형의 경우 중수 탱크가 크기 때문에 경수로형에 비해 안전성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부여받기 위해 작은 사고도 부풀렸던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게 일각의 지적입니다. (끝) / road@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