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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안정적 일자리 늘었다"는 청와대의 설명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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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정치부 기자)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7만명대로 추락했습니다. 이는 2010년 금융위기 이후 8년4개월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조차 “충격적”이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청와대는 이러한 고용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통계청이 지난 15일 고용통계를 발표하자마자 이호승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은 청와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방송에 출연해 최근 악화된 고용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이 비서관은 △날씨 △지방직 공무원 시험일정 조정 △인구구조 △업황 등 크게 네 가지 요인을 들었습니다. 이 비서관의 설명이 사실인지 직접 따져봤습니다.

①비가 와서 건설·농업 일자리에 영향을 미쳤다?

이 비서관은 “고용 통계를 조사하는 5월15일을 전후해 꽤 많은 비가 계속 내리면서 건설과 농업 일자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봄 장마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 지난달 비가온 날은 서울을 기준으로 11일(평일 기준)에 달합니다. 지난해 5월 비가 온 날은 6일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이 비서관의 설명과 달리 지난달 농업과 건설업의 취업자 수는 되려 늘어났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업, 임업 및 어업의 취업자 수는 6만2000명 증가했습니다. 취업자 증가율로 보면 비가 적게 온 지난해(0%), 2016년(-7.0%)보다도 상황이 좋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건설업의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0명(0.4%) 늘었습니다.

②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앞당겨져 실업자 늘었다?

이 비서관은 “시험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실업자에서 빠지는데 이번 시험에 응시한 15만명이 실업자에서 빠졌다가 다시 들어오며 일시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실시된 지방직 공무원 시험은 올해는 지난달 이뤄졌습니다.

지방직 공무원 시험의 일정 조정이 실업률 지표가 악화되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은 타당합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혀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원서를 제출하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인 실업자로 통계에 잡힙니다. 지난달 실업자는 112만1000명이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99만5000명)보다 12만6000명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있었던 6월 실업자 수는 106만1000명으로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③인구구조 때문에 취업자 수 줄었다?

이 비서관은 “구조적으로 보면 생산가능인구가 작년에 비해 7만~8만명 줄었다”며 “생산가능인구가 작년 하반기부터 감소 추세인데 올해 들어 급격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서비스의 경우 학령인구가 한해 15만∼20만 명이 줄어들어 학원 등에서 일하는 분들이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학생수가 감소해 학원과 같은 교육서비스 기관의 고용도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교육서비스 취업자 수는 9만8000명(-5.0%)이 줄었습니다. 학령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해 719만5000명이던 학령인구는 올해 701만3000명으로 18만2000명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서관의 설명대로라면 교육서비스 취업자 수는 매년 감소해야 합니다. 지난 2016년 학령인구는 737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18만5000명 줄었습니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감소폭인데요. 반면 교육서비스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4만4000명(2.4%, 5월 기준)이 늘었습니다.

교육서비스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올 들어 큰 감소폭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학령인구 감소로만 교육서비스 분야의 취업자 감소를 설명하는 건 불충분해 보입니다. 시간제 근로자가 많은 교육 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있었거나 불황으로 가계의 교육비 지출이 줄어든 것은 아닌지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④조선업, 자동차 업황이 안좋아서 취업자가 감소?

이 비서관은 “조선업이 3년째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데다 자동차 업황이 안 좋아져 취업자가 감소했다”고 했습니다. 이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줄어든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인데요.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7만9000명 감소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7% 줄어든 것입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지난 2016년 6월∼2017년 5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했고, 지난해 6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4월부터 마이너스로 반전했습니다.

이 비서관이 고용 악화에 원인으로 꼽은 자동차 업황은 실제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7일 발표한 지난달 자동차 산업 월간동향에 따르면 자동차 수출은 21만1959대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습니다. 자동차 생산량 역시 1.3% 줄어든 35만4595대로 집계됐습니다.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늘어난 15만7771대였지만, 국산차 판매량은 2.0% 줄어든 반면 수입차는 21.7% 증가했습니다.

⑤안정적 일자리 늘었다?

이 비서관은 “상용직이 5월에 32만명이 늘어 안정된 직업 자체는 증가했으나 일용직이 11만~12만 명이 줄었다”며 “조금 더 불안한 형태의 일자리는 줄고 안정된 일자리는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악화된 고용 상황에도 질좋은 일자리는 늘어났다는 주장입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로 인식되는 정규직이 증가했다는 뜻으로 읽혔는데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지침서에 따르면 계약 기간 1년 이상이면 상용직으로 분류합니다. 때문에 ‘상용직 증가=정규직 증가’로 곧바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장기 계약을 맺은 비정규직도 상용직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청와대가 자주 참고하는 노동연구원의 과거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상 1년 계약직도 상용직이다. 파견이나 용역으로도 1년 이상 계약하면 상용직으로 분류된다”고 했습니다. 파견이나 용역은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는 분명 아닙니다. 노동연구원은 “상용직 증가가 상용직이면서 정규직인 사람들의 증가를 의미하는지, 상용직이면서 비정규직인 사람들의 증가를 의미하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취업시간을 기준으로 통계를 분석하면 이 비서관의 시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통상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33만개가 줄어 들었습니다. 반면 주 36시간 미만 일자리는 34만개가 늘어났습니다.(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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