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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시장이 한은 창립기념일을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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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딱 1년이 됐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준 날로부터입니다. 지난해 6월 이 총재는 한은 창립기념일 기념사를 통해 “경제 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6년간 유지해온 통화정책의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이같은 이 총재의 언급을 통해 시장에도 금리 인상이 머지않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요. 결국 그해 11월 한은은 6년5개월 만에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어 연 1.5%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그 후 국내외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추가 금리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반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오는 12일로 또 다시 한은 창립기념일이 다가왔습니다. 한은 총재는 매년 창립기념일 기념사를 통해 국내외 경기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정책 방향 등을 제시하는 언급을 해왔습니다.

특히 이번 창립기념일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상 결정 직전이라 시장의 관심을 더욱 받고 있답니다. Fed는 오는 12~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현재 연 1.5~1.75%인 금리를 연 1.75~2.0%로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도 올 하반기까지 양적완화(QE) 종료를 서둘러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페터 프라트 ECB 집행위원회 위원이 오는 14일 라트비아에서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올해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하면서죠. Fed에 이어 ECB까지 긴축 행보에 동참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풀린 자금이 빠른 속도로 선진국에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 풀렸던 ‘이지머니(easy money·조달비용이 낮은 자금)’가 회수되면 신흥국에서는 자금 이탈 속도가 가팔라져 통화가치가 급락할 수 있고요. 신흥국에선 벌써부터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답니다. 사실 이 총재는 줄곧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아니라 국내 경기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신흥국 위기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선진국의 긴축 외에도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 빚도 걱정거리입니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으로 증가세가 주춤해지긴 했지만 145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 역시 8일 국제경제학회 하계 정책 심포지엄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세계가 장기간 유례없는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적됐다”고 돈 풀기의 부작용을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났다”며 “앞으로 상당기간 한국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걱정이지만 현재 금리 수준이라면 계속 가계 빚이 늘 수 있다는 고민도 깔려있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민간연구소의 경고가 잇따르는 등 국내 경기 회복세에 대한 의문이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도 늦춰지고 있고요. 일각에선 연내 금리 인상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이 오는 12일 이 총재가 던질 ‘메시지’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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