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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진주 찾는 휠라코리아 스포츠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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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민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올 초 개최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주인공은 단연 컬링팀이다. “영미”를 외치며 호쾌한 연승으로 대한민국 최초 은메달을 따 낸 컬링팀은 비인기 종목이라는 서러움을 메달 획득으로 한 번에 떨쳐냈다. 이번 컬링팀의 활약으로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2012년부터 묵묵히 컬링팀을 후원해 온 스포츠 브랜드 ‘휠라’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 업계 베테랑으로 손꼽히는 휠라코리아 마케팅본부 스포츠마케팅팀의 서병덕 부장, 이승욱 과장, 김승준 사원을 만나봤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컬링팀 후원 브랜드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내부적으로 평가하기에 어느 정도의 마케팅 효과를 올렸나.
서병덕(이하 서) : 평창동계올림픽 때 지상파, 케이블과 지면 등에 노출된 효과를 산정해 봤더니 약 700억원 가량의 광고 효과를 본 걸로 나왔다.

-컬링팀이 올림픽에서 이 정도로 선전할 줄 예상했나.
서 : 전혀 예상 못했다. 근데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컬링이 개막전이었고, 첫 경기에 역전승을 했다.

-스포츠마케팅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이승욱(이하 이) : 스포츠브랜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더욱 고민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포츠마케팅과 스포츠통합마케팅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스포츠마케팅은 구단을 운영하면서 스포츠를 활용하는 범위라면 스포츠통합마케팅은 우리가 하는 일처럼 브랜드를 스포츠 안에 녹이는 역할이다.
서 : 스포츠통합마케팅은 휠라가 최초로 시도했다. 1970년대 테니스 선수 비외른보리가 윔블던 대회에 휠라의 붉은 재킷을 입고 나온 것이 시초였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종목에 후원하고 있나.
김승준(이하 김) : 컬링팀을 비롯해 대한컬링연맹, 두산베어스, 대한항공 점보스배구단, KNSB(네덜란드 빙상연맹), NOC(네델란드체육회) 등을 후원하고 있다. 이봉주 선수나 프로골퍼들도 후원대상이다.

-후원 종목은 어떻게 선정하나.
서 : 스포츠마케팅팀에서 회의를 거쳐 후원 종목이나 선수 리스트를 업로드 해 꼼꼼하게 분석한다. 후원사가 없는 종목이나 팀을 찾기도 하고, 유소년 선수 중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을 찾기도 한다. 손연재 선수가 대표적이다. 손연재 선수는 어릴 적부터 봐왔는데 가능성을 보고 후원한 케이스다.
이 : 보통 후원 종목은 브랜드와 팀과 연관 있는 곳들을 많이 한다. 휠라의 DNA가 테니스고 올해 마케팅 방향도 테니스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정현 선수와도 계약직전까지 갔다가 아쉽게 무산됐다. 해외에는 마린 실리치(Marin Cilic·크로아티아)와 카롤리나 플리스코바(Karolína Plíšková·체코) 선수를 후원하고 있고, 국내는 아직 테니스 시장 자체가 좁아서 구미시청, KDB 산업은행 등 테니스 실업팀 8곳에 후원하고 있다.
김 : 두산 베어스는 24년째 후원하고 있는데 올해 계약이 3년 연장됐다. 예전에는 축구와 농구도 후원을 했었는데,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아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

-비인기 종목에 후원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서 : 스포츠 브랜드로서 사회적 기여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인기종목이나 비인기종목에 후원하는 업무는 거의 비슷하다. 혹자는 인기 종목에 후원하는 게 브랜드 홍보 효과가 더 좋지 않느냐고 하지만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저변 확대를 위해 비인기 종목도 후원하는 게 스포츠 브랜드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 : 물론 비인기 종목만이 후원 선정 대상이 될 순 없다. 비인기 종목 중에서도 흥행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나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팀을 선정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김 : 올해는 스포츠 동호회나 학원스포츠로 방향을 세웠다. 지역별로 동호인들에게 ‘원 포인트 레슨’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후원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마케팅팀의 주요 업무는 뭔가.
이 : 스포츠마케팅 전공 교수들이 항상 하는 얘기인데, 스포츠경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이 분야를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거다. 보통 스포츠 경기가 퇴근 후나 주말에 많이 하다 보니 시즌이면 개인 생활이 거의 없다. 매일 스포츠와 함께하는 일이라 스포츠를 싫어하는 사람은 견디기 어렵다. 그리고 담당자들과 항상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니 미팅도 많고 술자리도 많다.
서 : 올림픽 시즌엔 국내 및 해외 기자들을 대상으로 휠라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운영했었는데 휠라 라운지가 기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웃음) 비시즌 때는 전지훈련도 같이 가곤 한다.

-선수들과의 스킨십도 많을 것 같다.
김 : 당연하다. 선수들이나 프런트와의 유대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선수들과 자주 만나고 경기장에 가는 건 스포츠마케터의 주요 업무다.
이 : 선수들과도 친하게 지내는데, 가끔 선수들이 “형, 이번에 제품 좋아요”라고 한마디 하면 보람을 느끼고 스트레스도 풀린다.(웃음)

-반면에 힘들 때는 언제인가.
이 : 간혹 몇몇 선수들 중에서는 후원사의 물품을 쓰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을 쓸 때가 있다. 그럴 땐 선수들을 만나서 설득하기도 한다. 그래서 선수들과의 친분을 쌓아두는 것도 스포츠 마케터의 능력이다.
김 : 개인적으로 스포츠를 워낙 좋아해서 힘든 일은 거의 없지만 보여지는 것과 달리 해야 할 일이 많다.
서 : 스포츠마케터는 큰 호수에 우아한 한 마리의 백조라고들 한다. 겉으로 보기엔 멋있어 보이지만 물 아래에선 미친 듯이 발을 저어야 하는 게 우리 팀이다.

-브랜드에서 스포츠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 : 마케팅의 목적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때문에 신생브랜드에서 많이 하는 편이다. 최근 프로야구에 후원하는 브랜드의 경우 매일 지상파 스포츠 뉴스나 케이블에 노출되기 때문에 광고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스포츠는 승패가 나눠지기 때문에 후원하는 팀이 이겨야 홍보효과가 극대화 되지 않나.
서 : 후원하는 종목이나 팀이 경기에서 이기면 좋겠지만 브랜드로서 사회적 기여 부분이 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다고 본다.

-스포츠 팀에 후원 금액을 공개해 줄 수 있나.
이 : 그건 대외비다. 하지만 컬링의 경우 올 하반기에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아마 후원 금액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휠라의 스포츠마케팅 외 고객과의 접점을 찾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이 있다면.
서 : 사실 이전까지 휠라는 노후화 된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내부에서도 타깃층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작년에 메로나와 콜래보레이션으로 나온 제품도 반응이 좋았다. 그걸 계기로 올해 새로운 도전을 계획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최근 휠라가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마케터로서 실감하나.
서 : 출근할 때 보면 학생들이 휠라 신발을 많이 신고 다니더라.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물론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도 하고 있다. 가방 제품의 경우 10개 판매하면 1개 제품을 불우이웃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스포츠마케터의 자격요건이 있다면.
이 : 가장 중요한 건 스포츠를 좋아해야 한다. 단지 한 종목만이 아니라 전 스포츠를 좋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스포츠를 할 줄도 알아야 한다.
김 : 책임감도 중요하다. 현장에서 마케터의 작은 실수가 큰 산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책임감은 필수다.
서 : 그리고 요즘엔 프로팀에 용병 한 두 명쯤은 꼭 포함 돼 있어서 외국어도 중요하다.

-휠라 스포츠마케팅팀의 향후 계획이 있다면.
서 : 2020년에 도쿄에서 열릴 하계 올림픽을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다. 그리고 테니스나 배드민턴 동호회, 학원 스포츠에도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볼 계획이다.
(끝) /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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