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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 투성이 한국 경제에 필요한 '정책 운용의 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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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최근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얘기들이 많습니다.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국책·민간연구소를 비롯해 이제는 세계은행까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은행은 선진국 경제가 주춤하고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회복세가 약해지면서 향후 2년간 점진적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은 아직 수출입니다. 지난해부터 세계 경제 성장세에 힘입은 수출 확대로 회복세를 누리고 있지요. 그런데 세계 경제 성장세가 주춤해지면 한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2분기에 한국 경제가 이미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을 내놨고요. 이렇게 암울한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에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은 서강대 부설 기술관리연구소로 설립돼 서강대 경제연구소와 통합했습니다. 지난해 7월 명칭을 바꾸고 시장 경제와 정부 정책의 조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정책 세미나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세계 경제의 둔화 가능성, 흔들리는 제조업과 부진한 내수 등 한국 경제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가 있지만 이번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글로벌 통상 문제에 좀 더 집중했습니다. 변화된 국제 통상 환경을 감안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김시중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오랫동안 한국의 대외지향형(수출주도형) 경제 성장을 지지해왔던 제도적 장치들이 약화하고 있는 데다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상황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오래 지속될 수 있고,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서 경험했듯이 ‘차이나 리스크’가 언제든지 부각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성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낮추고 경제 전반에 만연한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좀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고용 제도와 보상 및 유인 체계 개편 등을 대표적으로 꼽았습니다. 물론 혁신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와 기술 수준의 지속적인 제고와 함께 말이죠. 이 밖에 과도한 수출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내수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정부 정책의 실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도 내놨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인 표인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글로벌 가치 사슬(공급 사슬)이 변하면서 글로벌 생산 및 판매 전략과 투자, 세금, 인력 등 기업의 경쟁력 관련된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대응 방안으로는 기업, 각 협회, 정부, 국회가 합심해 한국의 대외 협상력을 강화하고 국내 무역구제법 정비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역시 “최근 보호무역주의 피해를 대부분 수출에 한정해 우려하고 있지만 지난 30여년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가치 사슬 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내수시장 크기 외에도 국가주의 경제체제와 전략적 산업정책이 일관되게 적용됐기 때문에 중국이 빠른 성장을 이뤘다”며 “이제는 단순히 미국 뿐 아니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도 심각한 상황에 접어든 탓에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답니다. 아직 “한국 경제가 3%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부가 어떤 ‘정책 운용의 묘’를 보여줄 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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