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조선소가 밀집한 곳입니다. 국내 조선업은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지요. 세계 경기 침체에다 ‘샌드위치 산업’이란 구조적 특성 때문입니다. 일본 등 선진국엔 기술력, 중국에는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옵니다.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그 지역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갑니다. 지역 기업에는 금융지원이, 거주자에게는 훈련비 등 일자리 자금(1인당 1년 3000만원 한도)이 투입되지요. 새로운 희망근로 사업도 하구요. 이 지역에서 창업하면 5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파격적인 방안도 마련돼 있습니다. 정부가 추경으로 확보한 ‘위기지역 관리’ 예산만 9800억원에 달합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5월 고용위기지역도 발표했습니다. 전북 군산, 울산 동구, 경남 거제, 통영, 고성, 창원 진해구, 전남 영암, 목포 등이죠. 비교해보면 딱 한 곳만 빼고 산업위기지역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바로 전남 해남군입니다.
해남군에는 대한조선 본사 및 조선소가 위치해 있습니다. 다른 지역처럼 어렵긴 마찬가지이죠. 이번에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지역경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일 겁니다. 그럼 왜 해남군은 유독 고용위기지역에서만 빠졌을까요?
이에 대해 중앙부처 관계자는 “해남군이 고용위기지역 신청서를 아예 내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들이 깜빡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지역민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 되겠죠.
해남군청에 확인해 봤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해명하더군요. 해남군 지역개발과 관계자는 “고용위기지역 신청 요건을 따져보니 실업률 등 자격이 안됐다. 그래서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고용 상황이 그닥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고용률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면 왜 산업위기지역을 신청했고, 또 선정됐는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고용위기지역과 산업위기지역의 지정 요건 중엔 실업률(피보험자 감소율)이나 휴·폐업체 수 등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더구나 고용위기·산업위기지역을 선정할 때는 ‘정성 평가’도 상당히 작용합니다. 이번 산업위기지역 심사 때 창원 진해구가 그랬고, 지난번 고용위기지역 심사 때는 목포가 그랬습니다. 두 곳 모두 피보험자 감소율 등 요건이 미달됐으나 여러 가지 지역적 특성이 감안돼 통과됐지요.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는 겁니다.(결과적으로 고용·산업위기지역 신청지역은 심사에서 100% 통과됐습니다.)
실제 목포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할 때,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막후에서 ‘작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해남군은 이런 정치력을 발휘할 역량이 다소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군요.
해남군엔 지금 최고경영자(CEO) 부재 상태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1995년 민선 출범 후 5명의 군수 중 3명이 비위 문제로 구속됐지요. 그래서 ‘군수의 무덤’으로 통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다음달 지방선거에선 청렴하고 또 역량있는 군수가 선출되길 바랍니다. (끝) /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