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시그널 없는 금통위가 금리 향방의 힌트라는데…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은정 경제부 기자)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특별한 신호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 방향 설명회가 끝난 뒤 시장 참여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연 1.50%인 금리를 6개월째 동결했습니다. 사실 금리 동결은 예상됐던 만큼 시장 참여자들은 이 총재의 설명회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답니다. 최근 들어 이 총재가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 대한 언급을 줄곧 해왔던 터라 이달 금리 결정보다는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힌트나 신호가 더 관심이었던 것이죠.

한 두 달 전만 해도 오는 7월 금리 인상설이 강하게 주목받았습니다. 미국(연 1.50~1.75%)보다 이미 한국의 금리가 0.25%포인트 낮은 상황이라 금리 역전 현상을 더 이상 두고 보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였죠. 특히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해외자금이 이탈하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자 이같은 전망이 더욱 힘을 얻었답니다.

하지만 고용이 좀체 살아나지 못하고 생산과 투자 지표가 꺾이면서 오히려 경제전문가와 정부 일각에서 “경기 침체 초기”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죠. 이 총재의 이날 설명회만 봐도 경기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이 한층 줄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최대한 중립적인 단어와 표현을 사용했지만 예전처럼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덜 내비쳤다는 얘기입니다.

아마 이날 설명회에 대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이었다는 해석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7월 금리 인상론이 아닌 오는 10월 금리 인상론을 주장하는 시장 참여자도 부쩍 늘었고요. 한은은 올 하반기로 갈수록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 초만 해도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은 저조한 물가 상승세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은은 부쩍 금리를 결정하는 데 물가보다 실물지표를 더 보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때 연내 두 차례까지 점쳐졌던 금리 인상 횟수는 ‘한 차례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물론 소수의견이 금리 인상을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소수의견조차 없었고, 금리 인상을 위한 별다른 신호도 찾기 어려웠다는 이유에서죠. 일각에선 “경제 여건상 올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 둔화가 부각될 텐데 7월에도 금리 인상이 단행되지 않으면 연내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금통위 영향으로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채권값 상승)했습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4.4bp(1bp=0.01%p) 떨어진 연 2.191%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5년물도 3.3bp 내렸고, 1년물은 1.9bp 하락했습니다. 10년물은 연 2.720%로 장을 마쳐 2.7bp 내렸고, 20년물과 30년물, 50년물도 각각 2.6bp, 3.2bp, 2.9bp 하락 마감했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보니 마냥 금리를 유지하기도 어렵고, 섣불리 금리를 올리면 불안한 국내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으니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죠. 금리 결정 금통위는 7월12일, 8월31일, 10월18일, 11월30일 등 총 네 번 남아있습니다. 오는 7월엔 금리 결정과 함께 수정 경제 전망이 발표되니 경기 상황에 대한 한은의 좀 더 명확한 판단을 엿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끝) / 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