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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이 되고 싶어하는 영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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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국제부 기자) 영국과 독일은 역사적으로 경쟁관계일 때가 많았습니다. 두 나라는 20세기 초·중반 두 차례 세계대전을 서로 적대국이 돼 치렀습니다.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에서 영국과 독일이 맞붙을 때 보면 한·일전 이상의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요즘 영국인 중에 독일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인 7493명이 독일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원 국적 순으로 따졌을 때 터키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고 하는군요.

독일 국적을 얻는 영국인 수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데요. 2015년만 해도 이 수치는 622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6년 2865명으로 다섯 배 가까이 늘었고요. 지난해에 또 두 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독일 통계청은 이런 현상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것이 2016년 6월인데, 이후 독일 국적을 신청한 영국인이 급증했기 때문이죠. 2016~2017년 독일 국적을 얻은 영국인은 1만358명으로 2000~2015년 5092명의 두 배가 넘습니다.

프랑스 국적을 얻는 영국인도 늘었습니다. 2015년 386명에서 2016년 1362명, 2017년 3173명으로 급증세입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집행위원회에 근무하는 영국인 중 10% 정도가 다른 EU 국가의 국적을 취득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브렉시트 절차가 마무리되면 EU 회원국에서 취업·투자·거주·여행 등의 기회가 제한될 것을 우려한 영국인들이 독일 프랑스 등 EU에 계속 남을 나라의 국적을 얻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브렉시트 마감 시한은 내년 3월29일입니다. 이때까지는 다른 EU 회원국 국적을 얻은 영국인도 영국 시민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뒤로는 영국 시민권을 포기해야 합니다.

최근 영국에선 EU에서 탈퇴하더라도 EU 국가들과의 관세 동맹은 당분간 유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죠.

브렉시트가 미치는 충격은 단지 무역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많은 은행과 기업들은 영국 지사를 다른 나라로 옮기거나 감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국적을 얻으려는 영국인들의 행렬도 당분간은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끝) /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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