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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치열한 '경기 논쟁'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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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경기 국면을 두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정부 내에서 촉발된 경기 논쟁은 정부와 민간연구소간 이견으로 이어지더니 이제는 경제학계 격론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입니다.

사실 특정 사안을 두고 정부와 민간연구소간 시각 차는 그리 드문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 회복론과 위기론이 충돌하는 건 이례적이죠. 아마 대내외 경제 환경이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나타나게 된 현상인 듯합니다.

논쟁의 시작이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였던 만큼 정책의 불협화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우세합니다. 다만 이같은 경기 논쟁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경기가 전환점에 들어설 때 논쟁은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제대로 된 경기 판단이 있어야 이에 대한 적절하고 정확한 정책 대응이 가능해지거든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불붙은 지금의 논쟁은 정부에 오히려 좋은 기회”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물론 오판을 받아들이고 수정할 용기와 태도가 전제된 상황에서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거나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면 뜨거운 논쟁 자체가 무의미한 ‘말싸움’에 그칠 수 밖에 없거든요.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가는 천문학적인 기회비용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경제 지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인 건 명확한 듯 합니다. 국내외 여건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도소매와 음식 및 숙박업에서 일자리가 급감하는 등 최저임금의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 활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고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6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글로벌 경제의 동반 성장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많습니다. 선진국과 신흥국까지 확산됐던 경제 성장이 곳곳에서 꺾이고 있는 겁니다. 급등하는 국제유가, 상승하는 시장금리, 미국 달러화 강세 등 ‘3고(高) 시대’도 현실이 됐고요. 경제가 말 그대로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셈입니다.

혼재된 경제 지표를 무조건 나쁜 쪽으로만 해석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들리는 생생한 목소리와 이상 징후들을 외면해선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경제정책의 방향 선회는 시간이 걸릴 뿐 만 아니라 성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섣불리 수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경기가 이미 나빠진 뒤에 대응하는 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지표의 미묘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결국 지금의 논쟁은 한국 경제가 변곡점에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입니다. 정확한 경기 진단에 실패해 적기에 대응을 못하면 심각한 경제 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올 하반기 경제정책 수립 과정에서 현재의 경기 논쟁과 냉철한 경기 진단이 정확하게 반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