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업과
창업

동물매개심리상담사라는 직업을 아세요?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예나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특별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어요. 부드러운 촉감과 따뜻한 온기만으로 서로 감정을 나누고 정서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동물매개심리상담의 가장 큰 매력이죠.”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동물을 곁에 두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반려동물의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다. 반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한 치료, 장애인 보조견, 암 탐지견 등의 활용도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이중 동물매개심리상담사는 동물을 매개체로 활용해 사람들이 정신적·신체적·사회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동물매개심리상담사는 과거에는 동물매개치료사로 불렸다. 우울증이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 장애인, 노인, ADHD 환자 등을 치료의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인과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전문 케어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동물매개심리상담사 김수미(27) 씨는 ”동물매개심리상담은 일반 심리 상담이나 치료에 비해 빠르게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사람들을 프로그램에 능동적이며 즐겁게 참여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쓰다듬고 끌어안으며… 아이들 인성 함양에도 ‘으뜸’

4월 24일 오후 3시 인천 청일초등학교 3층 음악실. 김 씨가 세 마리의 강아지 ‘달이’, ‘콩이’, ‘도담이’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서자, 16명의 학생들은 강아지를 쓰다듬기 위해 너도나도 손을 뻗으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청일초는 이번 학기동안 총 12회의 ‘반려견과 함께 하는 신나는 인성학교’ 방과 후 수업을 개설했다. 학생들에게 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동물에 대한 친밀감을 길러주고, 동물과 정서적인 상호 작용을 통해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날 수업은 강아지와 인사하기, 쓰다듬기, 빗질하기로 진행됐다. 수업이 시작되자 김 씨는 “강아지와 눈높이를 맞추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부드럽게 쓰다듬어 보라”고 말하며 학생들의 손에 간식을 하나씩 쥐어줬다. 아이들은 자신의 손에 쥔 간식을 받아먹는 강아지들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쓰다듬고 얼굴을 비볐다.

강아지를 보고 만지는 이 수업이 아이들의 인성 함양에 무슨 효과가 있다는 걸까. 김 씨는 “동물은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집중과 사랑을 베풀고, 꼬리치고 핥아주며 사람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해소 시킨다”며 “특히 아이들은 반려 동물에 더 편안함을 느껴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따뜻한 체온과 부드러운 털 등을 만짐으로써 촉각 등의 감각도 발달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수업이 시작할 때만 해도 “큰 강아지는 무섭다”며 리트리버 달이를 쓰다듬지 못 했던 권선우(12) 군은 수업이 끝날 때가 되자 자신에게 다가온 달이와 눈을 마주치며 “물지도 않고 참 예쁘다. 우리 집에 데려가고 싶다”고 수줍게 웃었다.

동물을 사랑해서 시작한 일… 사람을 이해하게 되다

김 씨는 지난 2014년부터 자신이 직접 기르고 있는 리트리버 달이, 비숑 프리제 콩이와 도담이를 데리고 동물매개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동물매개심리상담사의 꿈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동물을 매개로 한 치료에 대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후부터다.

그 후 지방 국립대의 특수동물학과에 진학했고 사회복지학을 복수 전공하며 동물매개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한 꿈을 키웠다. 또 원광대 대학원에서 전문 교육도 받았다. 김 씨는 “동물을 워낙 좋아해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사람에 대한 관심도 많아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 인식도 많이 좋아진 데다 한국 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를 통한 관련 연구자들의 꾸준한 교류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상담 치료를 받은 어르신께 편지 한 통을 받았어요. 어르신은 상담 치료 전 심리 검사에서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충동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평소 말투와 행동도 모두 매우 공격적인 성향이었죠. 처음에는 강아지들이 근처에 오는 것도 싫어하셨는데, 상담 중반기가 넘어가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웃음을 되찾기 시작하셨죠. 편지에는 ‘내가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고 쓰셨더라고요. 너무나 뿌듯했습니다.”

“동물과 사람을 모두 사랑할 줄 알아야”

김 씨는 동물매개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해서는 동물과 사람을 모두 사랑하고 이해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물은 단순히 치료를 위한 매개나 도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갖춰야 한다”며 “또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걸 문제행동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타인의 감정을 읽고 이해할 줄 아는 마음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물들과 함께 하며 저 자신도 항상 치유를 받고 긍정적인 삶을 살게 돼요. 많은 사람들이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받고, 차별 없이 공평하게 대하는 마음을 느꼈으면 해요.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안아주고 싶습니다.” (끝) / yena@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