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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을 향한 진지한 탐색 돋보이는 BBC의 뉴스 이용자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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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자주 찾는 뉴스 사이트인 BBC. 일요일(20일) 아침에 모바일 뉴스 사이트로 접속했더니 이용자 설문조사 창이 떴다.

언론은 물론 정부, 기업에서는 보통 홈페이지 개선을 위해 이용자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만큼 비교적 간단하고 핵심적인 질문으로 구성한다. 일반적으로 콘텐츠 및 서비스의 향후 개선 방향을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BBC의 이번 설문조사는 홈페이지에서 관심을 갖는 뉴스 형식은 물론 이용자가 어떤 만족도를 갖는지 등 20개가 넘는 질문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용자의 뉴스(서비스) 관여도에 주목했다. 뉴스를 통해 토론할 여지가 있는지, 어떤 채널로 공유할 것인지 등을 물었다. 애드 블록 설치 여부를 비롯 온라인 광고에 대한 이용자 태도도 질문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두 가지였다.

우선 BBC 홈페이지의 여러 내용에 대해 이용자가 얼마나 동의하느냐는 질문. 이 항목 안에는 저널리즘(의 질)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한국 언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BBC의 긍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BBC의 뉴미디어 서비스는 뉴스 조직 즉, 뉴스 생산과정과 결부돼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용자의 소득수준, 해외 출국 횟수 등은 물론 고용상태(조직내 의사결정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를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글로벌 뉴스 미디어인 BBC가 서비스의 개선 근거를 이용자의 사회적 배경에서 찾는 것은 물론 광고주를 고려한 전략적인 설계를 함께 아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호기심도 생겼다. 이용자 연령대를 묻는 질문에 16~17세 구간이 별도로 나온 부분 때문이다. 글로벌 설문조사인 만큼 이 연령 구간의 의미는 남다르다. 세계적인 미디어 행사에서 나오는 마케팅 자료는 보통 18~34세, 또는 밀레니얼 세대로 나뉜다. 16~17세는 2000년 이후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기점이 아닐까?

아무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 해외 유력매체 홈페이지에서 종종 경험하는 이용자 설문조사는 첫째, 이용자의 사회적 배경 둘째, 이용자의 서비스 및 콘텐츠 만족도 셋째, 이용자의 미디어 소비 행태 등에 주안점을 둔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발견되는 근본적인 메시지는 이용자의 능동성과 저널리즘의 수준에 천착하는 BBC의 가치 지향 관점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 언론 사이트에서 진행한 이용자 설문조사에 견줘 비교하면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 이후에도 그 질문의 방향에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문명에 대한 이해-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성찰, 새로운 저널리즘-독창성, 탁월성, 상호성을 향한 고려처럼 철학적 사유를 볼 수 있다.

뉴스조직과 그 구성원의 유전자를 새로운 세계에 조응하도록 이끄는 혁신이 아니면 편리한 기술도, 공간의 리디자인도, 기자들의 단단한 '머릿속 생각'도 무의미하다.

'포털사이트'를 정치적 산업적으로 압박하는 한국 언론계가 '아웃링크 이후의 미래'를 고민할 때 가다듬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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