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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전 의장 행사장에 '눈도장' 찍은 유승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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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 정치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아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9일 오전 어느 때보다 바쁜 걸음을 해야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러 국회 토론회에 축사를 하러 다녔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바른미래당에서 자체 토론회가 있었을 뿐 아니라 보수진영의 원로 인사로 꼽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직접 주최한 토론회도 국회에서 같은 시각(오전 10시)에 열렸습니다.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이사장 정의화)이 연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 전 의장의 핵심 참모 격이었던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한 종편채널에서 보수 논객으로 이름을 알린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았습니다. 그는 19대 국회 하반기 정 전 의장 임기동안 국회 사무총장 이었습니다.

경제분야 발제를 맡은 김준기 서울대 교수는 정 전 의장 임기 때 국회 싱크탱크로 불리는 예산정책처에서 처장을 지냈습니다. 정 전 의장은 당시 김 교수와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예정처의 연구기능 강화를 위해 ‘삼고초려’해 초빙·임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사장에서는 19대 국회의장실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들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소속이었던 정 전 의장은 국회의장 직을 무소속으로 한다는 국회법 원칙에 따라 탈당했지만 의장 퇴임 후에도 복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새누리당의 ‘박근혜 사당화’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보수진영이 둘로 갈라지면서 어느 정당에도 몸담기 어렵다는 뜻을 밝혀 왔습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보수 개혁을 주문하면서도 한국당에 몸담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정 전 의장을 영입 대상으로 삼고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유 공동대표가 정 전 의장 영입에 공을 들인다는 후문입니다. 이 때문인지 유 공동대표는 이날 자당 토론회 축사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옮겨 정 전 의장의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는 ‘부지런함’을 보였습니다. 정 전 의장은 ‘눈도장’을 찍으러 온 유 공동대표의 손을 굳게 잡고 악수를 나눴습니다.

유 공동대표는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 중에는 저는 표가 얼마 안 나오긴 했지만, 5월10일 취임식에 떨어진 대선후보 중에는 제가 유일하게 취임식에 가서 앞줄 끝에 앉아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겨냥해 “요즘 시민들 만나면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가, 제발 ‘홍씨’랑 같이 하지 말고 잘한 건 잘했다고 하고 못한 건 못했다고 하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소리를 제일 많이 듣는다”고 말하는 등 나름 유머와 풍자를 섞은 토론회 축사를 했습니다. 정부·여당에 대한 협조와 비판을 ‘병행’하겠다는, 즉 한국당과는 다른 보수의 색깔을 내겠다는 유 공동대표의 의지를 담은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 전 의장은 현재까지 정치적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그의 옛 지역구인 부산 동구에서 사재를 털어 ‘정의화 기념관’을 짓고 전시회 및 민주시민 교육 및 교양강좌 등을 열고 있습니다. 그의 행보가 완전한 ‘정계 은퇴’인지, ‘또 다른 시작’이 될 지 주목됩니다. (끝) /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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