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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의 기억착오?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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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박재원 기자)“국회에서 국회의원을 테러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09년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본청에서 ‘동의대 사건’ 등 민주화운동 재심 연장 추진에 항의하는 한 진보단체 회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즉각 국회 공무집행을 방해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당시 원내 사령탑이었던 홍준표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전 의원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피습 당해 눈 부위를 다쳤다고 한다”며 “누구에게 맞았는지 범인을 색출하는 진상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9년 뒤 ‘드루킹(포털 댓글조작 주범)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또 다시 신원 미상의 남성에게 턱을 가격 당했다. 횡설수설하는 가해자의 말을 전부 믿을 순 없지만 그는 스스로 ‘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곧장 ‘야당에 대한 정치테러’라고 주장했다. 원내대표에서 당대표로 위치가 바꼈지만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번에도 강경하게 맞섰다. 폭행 사건의 발생한 이유와 대상이 다르지만 ‘불만세력의 항의 폭행-테러 규정-강경 대응’이라는 흐름은 9년 전과 판박이다. 홍 대표는 5일 오후 국회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김 원내대표에 대한 폭행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사진).

하지만 이상한 게 있다. 두 사건에서 모두 당의 수장 역할을 해온 홍 대표의 기억이다. 그는 김성태 폭행 사건을 두고 “제가 금년에 23년째 정치를 하는데 나는 국회 내에서 국회의원이 이렇게 얻어맞는 거 처음 봤다”며 “도대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9년 전 일은 새까맣게 잊은 듯했다. 얻어맞는 ‘방식’이 색달랐다는 말이 아니라면 ‘처음’이라는 그의 발언은 납득하기 어렵다.

어떤 이유에서든 폭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대의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심각성은 더욱 짙다. 하지만 ‘정치인의 거짓말’도 정당화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유권자, 시민, 국민이 잊었을 것이라고 판단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더욱 그렇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피노키오’라는 오명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개월간 무려 836번의 거짓말 또는 오해를 유발하는 발언을 한 것 조사됐다. 국내 정치인을 조사했다면 누가 피노키오가 됐을까. 오늘도 피노키오의 코는 점점 커지고 있을까.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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