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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시애틀의 노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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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국제부 기자) 시애틀은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도시로 유명합니다. 과거엔 보잉이 시애틀에 있었고 지금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코스트코홀세일이 이 도시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탄생한 곳으로도 유명하죠.

화려할 것 같기만 한 시애틀이지만 큰 고민거리가 한 가지 있다고 합니다. 노숙자 문제입니다. 노숙자가 많은 순서로 미국에서 선두를 다툴 만큼 시애틀의 노숙자 문제는 심각합니다. 시 당국이 노숙자 대책에 연간 2억달러(약 2154억원)를 투입하는데도 노숙자는 증가하고 있다는군요.

시애틀 시의회는 최근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는데요. 시애틀에서 일하는 근로자 1인당 시간당 26센트의 세금을 기업들로부터 징수해 이 돈을 노숙자 지원과 자활센터 건립, 주택 건설 등에 쓰겠다고 합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시애틀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적지않은 세금이 걷힐 것 같은데요. 시의회가 계획한 대로라면 근로자 1인당 연간 540달러(약 58만원), 시 전체로는 7500만달러(약 807억원)의 재원이 마련될 것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세금 부과가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것인데요. 일례로 아마존은 2160만달러(약 232억원)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기업들은 세금 부과로 비용이 늘어나면 시애틀을 떠나거나 더 이상 시애틀에 투자를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시애틀의 세금 수입도 줄어들겠죠. 시애틀에 있는 홈스트리트은행의 마크 메이슨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을 시애틀에 두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런 정책은 도시에도 나쁘고 일자리에도 나쁘고 경제에도 나쁘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세금 부과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노숙자 문제에 기업들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기업들이 시애틀에 몰려들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화하고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집값과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노숙자가 급증했다는 얘기죠.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아마존은 신축 중인 사옥에 노숙자 쉼터를 짓고 있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노숙자를 위해 세금을 납부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시의회는 이달 중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합니다. 세금 부과가 노숙자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 기업들을 쫓아내는 역효과를 내지는 않을지 관심이 갑니다. (끝) / usho@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17(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