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의 새로운 만남 풍속도로 자리잡은 데이팅 앱은 소리소문 없이 쏠쏠한 매출을 올리는 틈새시장이기도 합니다.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앱스토어(안드로이드·iOS 합산)의 매출 상위 앱 10개 중 4개가 데이팅 앱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앱은 넥스트매치의 ‘아만다’였고 모젯 ‘정오의 데이트’, 콜론디 ‘심쿵소개팅’, BNK랩 ‘당연시’, 큐피스트 ‘글램’ 등의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전 세계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데이팅 앱은 5000개 이상이며, 이들이 작년 한 해 동안 올린 매출은 총 8040만달러(수수료 제외)에 이른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데이팅 앱 하나로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습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틴더’ ‘오케이 큐피드’ 등 40여개 데이팅 앱을 사들임으로써 연 매출 4조원대 회사로 발돋움한 미국 매치그룹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데이팅 앱 시장에서도 M&A를 통한 재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업계 1위 아만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넥스트매치는 지난 27일 패션업체 메타랩스(옛 아비스타)에 경영권을 매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메타랩스는 ‘카이아크만’ ‘탱커스’ ‘BNX’ 등 유명 의류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습니다.
공시를 통해 데이팅 앱의 ‘몸값’도 처음 공개됐는데요. 메타랩스는 넥스트매치의 전체 자기자본가치를 115억7400만원~138억600만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이 중 신상훈 대표와 벤처캐피털(VC)들이 나눠가진 지분 78.7%를 97억1200만원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2014년 출시된 아만다는 지난해 매출 66억원을 기록했는데, 가입자는 400만명을 넘었고 하루 평균 7000개 안팎의 대화창이 개설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데이팅 앱은 최소 110억원대에서 최대 140억원에 육박하는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입니다.
메타랩스는 이달 초 또 다른 데이팅 앱인 ‘너랑나랑’을 26억원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매치그룹을 모델로 삼아 향후 데이팅 앱의 추가 M&A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데이팅 앱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신뢰도’ 때문에라도 한 차례 시장 재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직장 정보를 까다롭게 인증하거나 기존 회원들의 심사를 통과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도입되고 있지만 사용자들의 불만이 완전히 잦아들진 않고 있습니다.
신 대표는 “모바일 데이팅 시장은 무분별한 서비스 난립으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지출되고 자극적인 광고가 난무하고 있다”며 “시장 통합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데이팅 앱 시장을 꽉 잡은 스타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입니다. (끝) /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