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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와 욕, 브랜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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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 중소기업부 기자) 모든 일정을 스마트폰에 입력하는 시대에 종이 달력으로 대박 난 회사가 있다. 광주 송정시장에 있는 디자인 가게 ‘역서사소’다. 이 가게는 전라도 사투리를 응용한 디자인 제품을 판다. ‘역서사소’라는 상호부터가 “여기서 사시오”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다. 사투리는 촌스럽다는 편견을 깨고,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역서사소는 2018년 사투리 달력 5000부를 만들었다. 벽걸이용 달력 3000부는 품절됐고, 2000부 생산한 탁상용 달력도 거의 다 팔렸다. 2015년 10월 ‘2016 사투리 달력'을 처음 선보인 이후 매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김진아 공동대표는 “2015년 10월 ’2016 사투리 달력’을 처음 선보인 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가을만 되면 사람들이 달력이 언제 나오는지를 물어본다”고 전했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던 김효미·김진아 역사서소 공동대표는 2015년 10월 아이템 회의에서 사투리 달력을 기획했다. 김진아 대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라도 사투리는 깡패 또는 거친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로 표현되는 게 안타까웠다”며 “전라도 사투리도 충분히 귀엽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세상을 바꾸는 사투리(세.바.사) 캠페인으로 지역감정을 완화하고 화합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맛깔나는 욕 덕분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카페도 있다. 경남 통영에 있는 ‘카페 울라봉’이다. 이 가게는 벽화로 유명한 통영 동피랑 마을 입구에 있다. 손님이 원하면 주문한 라떼 음료 위에 욕을 적어 준다. 카푸치노와 같은 커피 위에 부드럽고 농밀한 우유 거품으로 그림을 그리는 ‘라떼 아트’를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우유 거품이 들어가는 음료를 주문하면서 주문서를 내면 쌍욕라떼를 만들어준다. 카페를 운영하는 안지영 대표가 손님들과 대화를 나눈 뒤에 사연을 담아 익살스러운 표현을 음료에 담는다. 새하얀 우유 거품 위에 ‘마! 직접와서 시켜무라! 쳐 게으른 쉐꺄’와 같은 거친 말이 올라간다. 손님들의 특징을 적절히 포착해내는 재치 때문에 손님들은 이 가게를 찾는다. 돈을 내고 욕을 먹으면서도 깔깔대게 하는 힘이 있다. 한때 유행한 ‘욕쟁이 할머니 식당’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안지영 대표는 “‘쌍욕라떼’라는 이름이 과격해서 욕을 적어준다고 알고 계신 분이 많다”며 “사실은 주문하는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그 사연을 좀 재미있게 풀어서 단 한 명만을 위한 라떼를 만든다”고 말했다. (끝) /mgk@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