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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북한연구소장) 김정은 시대의 핵심적인 전략 노선은 ‘자주·선군·사회주의’다.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자주·선군·사회주의’ 구호가 되풀이돼 오면서 이를 중심으로 대내외 정책을 펼쳐 온 것이 사실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2016년)에서 “적대 세력의 도전은 계속되고 정세는 의연히 긴장하지만 우리는 혁명의 붉은기를 높이 들고 자주·선군·사회주의의 한길을 따라 변함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력갱생’을 ‘자강력 제일주의’로 바꿔

김정은 위원장은 자주를 가장 앞세우면서 이를 중시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1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했다. 이는 할아버지 김일성 전 주석이 자주노선을 사상화한 주체사상으로 대내외적 위협을 제거하고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김일성 전 주석은 당시 자주를 핵심으로 하는 주체 이념을 통해 내부적으로 각종 파벌을 제거하고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구소련으로부터 외부적 간섭을 배제했다.

북한 최고 권력의 지위에 오르게 된 김 위원장 역시 대내외적인 위협을 인식했을 것이다. 중국을 제외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몇몇 나라밖에 없어 사회주의 체제 국가 간 협력이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오히려 김정은 정권은 중국을 비롯한 몇몇 사회주의 국가들의 개혁·개방 여파를 단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김 위원장은 자주를 강화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2016년)에서 “사회주의 강성 국가 건설에서 자강력 제일주의”를 내세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사대와 외세 의존은 망국의 길이며 자강의 길만이 우리 조국, 우리 민족의 존엄을 살리고 혁명과 건설의 활로를 열어 나가는 길”이라며 개혁·개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나선 것이다.

2015년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대외 경제 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 사업을 적극 밀고 나가야 한다”며 대외 개방의 정책적 의지를 어느 정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대외 경제 관계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김 위원장은 “자기의 것에 대한 믿음과 애착, 자기의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강성 국가 건설 대업과 인민의 아름다운 꿈과 리상을 반드시 우리의 힘, 위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으로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자력갱생’적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김정은 시대에 강조하고 있는 ‘자강력 제일주의’는 김일성 시대의 자력갱생과 같은 표현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우리 혁명의 전력사적 과정에 관통돼 온 자력갱생의 혁명 정신은 오늘 자강력 제일주의로 승화”됐다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점차적으로 “수입병 없애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고 ‘중국산 제품을 일절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지거나 ‘규찰대가 나서 주민들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중국산 제품 사용을 철저히 단속’하는 행위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김 위원장은 선군노선을 견지, 군사 지도력 강화를 통한 정권 공고화 조치를 취해 온 것이 부각된다.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군대를 장악해야 한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국가들의 대통령이 갖는 군통수권만으로 군대를 장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처럼 보인다. 최고지도자는 군대를 장악하기 위해 단순히 정치적 최고지도자 수준을 넘어 스스로가 군 최고지휘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고(故)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하의 최고지도자 논리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 방식을 그대로 계승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는 선군정치 방식대로 스스로가 군사 지휘관이 돼 정권을 안정적으로 보위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 스스로는 보통의 ‘군사가’가 아니라 ‘영활한 군사 지휘 능력을 겸비한 군사가’가 되고자 한 것처럼 보인다.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을 ‘주체 혁명 무력의 최고사령관으로서 세상에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탁월한 전략가’, ‘선군시대 혁명 무력의 총사령관’으로 칭송하도록 하고 그동안 김 위원장 자신의 공식 활동 대부분이 군사 활동으로 채워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김 위원장은 핵실험과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에 매달린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볼 때 김 위원장이 집권하자마자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를 초래하면서까지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2012년 4월 실패, 12월 성공)와 이듬해 3차 핵실험(2013년 2월)을 감행한 것은 상당히 계산된 정치적 행위로 판단된다.

정전협정 백지화, 기본합의서 불가침 합의 불이행 선언 등도 ‘반미대전’에서 세계 최강국 미국과 맞서 싸우는 군사 최고 지휘관 김 위원장의 모습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북한은 6차례 핵실험과 동시에 수십 차례 단·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해 유엔안보리로부터 각종 대북 제재를 인위적으로 초래했다.

그들은 제재와 압박에 굴하지 않고 이에 대항해 벌이고 있는 것이 ‘반미대전’이고 ‘반미대전’을 진두지휘해 승리로 이끌고 있는 ‘천출명장’ 김정은 위원장의 지휘 역량을 대내외적으로 각인해 나가고자 했던 것이다.

-‘당 국가 체제’ 통해 유일한 영도자 등극

북한 당국이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불패의 자위적 국방력을 튼튼히 다져주신 위대한 장군님(김정은)의 영도는 반미 핵대결전에서 쾌승을 안아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칭송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인 당 국가 체제를 정상화해 당의 획일적 통제 체제로 그의 정권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자 한다. 36년 만에 7차 당대회를 개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7차 당대회를 통해 김 위원장이 제1비서에서 당위원장으로 추대돼 ‘수령사회주의’ 체제하의 실질적인 유일 영도자로 등극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당의 주인’으로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위원장·부위원장 체제로 개편했다. 형식적으로는 이것이 4차 당대회때 개편된 당중앙위 위원장, 부위원장 체제로 회귀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당위원장인 김 위원장의 유일 지도성을 담보할 수 있는 획일적 체제를 보다 강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김 위원장은 7차 당대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실질적인 당적 유일 지도자로 등극한 것이다.

이에 근거해 김 위원장은 노동당 조직을 통해 각종 ‘속도전’, ‘70일 전투’, ‘200일 전투’, ‘만리마 전투’ 등의 기치로 인민들을 몰아붙여 왔다. 북한은 “당의 전투적 호소를 높이 받들고 각지 당원들과 노동자들, 일꾼들은 당중앙위원회 뜨락에 운명의 핏줄을 잇고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과감히 뚫고 나가자”고 독려함으로써 당의 인위적 통제와 지도를 통한 ‘자력갱생’ 정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김정은 정권의 공고화를 위해 개혁이나 개방이 아닌 당적 통제 강화로 사회주의 폐쇄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끝) /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1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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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18.08.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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