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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날 없는 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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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지난달 차바이오텍이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데 이어 배우 한예슬씨의 의료사고로 차병원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차바이오텍은 연구개발비(R&D) 처리 문제로 회계법인과 의견 충돌이 빚어지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는데요. 이 사태로 차바이오텍의 주가는 곤두박질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차병원 설립자인 차광렬 차병원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의 사위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보유 중이던 주식을 관리종목 지정 전 전량 처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4년 연속 적자를 낸 차바이오텍은 주식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자사주를 소각하고 임원 급여를 반납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오는 6월에는 의약품위탁생산(CMO)사업과 기초연구부문을 물적분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죠.

이같은 내용을 발표한지 10일 만에 차병원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배우 한예슬씨가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다 의료사고를 당했다며 상처 사진을 공개한 것이 일파만파 퍼진 것이죠. 차병원과 집도의가 사과를 하고 성형외과적 치료를 통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이지현 교수는 “환자가 배우여서 상처를 가리기 위해 수술하려고 했는데 판단을 잘못했다”고 과실을 인정했는데요. 이 때문에 이번 사고의 원인이 ‘VIP 신드롬’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VIP 신드롬이란 고위직이나 유명인 등 VIP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오히려 의료사고가 벌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한씨의 경우 단순한 종양 제거가 아니라 배우라는 직업을 고려해 흉터를 가리려다 발생한 것”이라며 “환자에게 더 잘 해주려다 나쁜 결과가 발생한 전형적인 VIP 신드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분석이 나오면서 한씨의 의료사고 문제는 환자 차별 문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씨에게 ‘특혜’를 주려다 발생한 사고인데다, 그가 유명인이기 때문에 병원과 집도의가 사과하고 후속 치료와 보상을 약속했다는 겁니다. 차병원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병원을 향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병원들이 좀처럼 의료과실을 인정하지 않는데도 차병원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즉각 잘못을 인정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환자 차별 논란이 거세지자 차병원 측은 “병원의 모든 의료 민원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게 과실 여부를 판단해 환자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환자가 누구냐에 따라 의료과실 여부의 판단이나 사과를 지연하는 일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씨의 경우 의료진의 실수가 객관적으로 명백했고 주치의가 실수를 인정했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차병원은 신속한 의료 사고 대응으로 두번 뭇매를 맞게 됐습니다. 과실을 부인하고 미적댔다면 더 큰 비난을 받았을테지만, 이례적으로 빨리 대책을 내놓은 것도 문제라는 겁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차병원은 사태 진화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듯 보입니다. 이번 일로 인터넷에서는 차병원의 의료사고와 관련한 제보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의료사고 분쟁으로 승소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에서 한씨 사태가 더 커지지는 않을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끝)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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