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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의 수수께끼'와 무역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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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미국 국채 금리가 연 3%대를 다시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가속화 전망 등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의 올해 고점은 지난 2월 연 2.95%였습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간)엔 연 2.93%까지 치솟았으니 고점과 비슷한 수준이 된 거죠. 경제 지표에 자신감을 얻은 Fed가 올해 금리를 총 4차례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는데 미국의 이란 핵합의 파기와 이에 따른 대(對) 이란 경제 제재 재개 가능성, 남미의 대표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경제 붕괴로 인한 원유 수급 불안이 국제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일각에선 연초처럼 금리 급등·채권 발작 등을 우려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등이 미국 채권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미국 국채 금리가 뛰고 있는 가운데 ‘그린스펀의 수수께끼’가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는 2004년 중반부터 Fed가 통화 긴축에 들어갔지만 10년물 등 장기 미국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내린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엔 미국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만기가 짧은 단기물 금리와 장기물 금리 차가 좁혀진 것으로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최근 2년 만기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차는 43.7bp(1bp=0.01%포인트) 정도입니다. 2016년 초만 해도 이 격차가 135bp 수준이었답니다. 장·단기물 금리 차가 상당 부분 축소됐죠.

올 들어 Fed가 탄탄한 경제 성장세에 힘입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도 장·단기물 금리 차가 축소된 걸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가능성을 점치기도 합니다. 앞으로 경기가 과열돼 물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면 자연스럽게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이렇게 되면 장기 금리를 오르게 됩니다.

반대로 미래에 경기 침체가 예상되고 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점쳐지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장기 금리는 하락하게 되고요. 금리 인상기에도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건 미래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부정적인 경기 전망으로만 해석할 게 아니라 Fed가 수조 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해외채권 금리가 너무 낮아 미국 국채 장기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금융센터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장기 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고 미국과 중국 간 상호 보복으로 긴장이 지속되면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장기 금리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는 게 핵심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이 심화하면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장기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겁니다. 관세 인상이 단기적으로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보호무역 강도가 심화되면 경기 침체 위험이 커져 장기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국제금융센터의 전망입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무역 상대국들의 보복 대응과 주가 하락 등 금융 여건 악화로 보호무역의 효과가 소멸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경제 활동이 둔화하면서 실질 금리가 하락하고 물가 상승 압력도 약화되면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장기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분쟁의 강도와 결과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듯 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꽤 큰 듯 하고요.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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