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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3% 성장 점쳤지만 여전히 울리는 한국 경제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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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진 않은 듯 합니다. 1분기가 지났을 뿐인데 호재보다는 악재가 연이어 들려오는 모습입니다.

일단 한국 경제의 성장세를 떠받치고 있던 세계 경제 흐름이 좋지 않습니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3년 만에 3%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탄탄한 수출 호조 덕분입니다. 세계 경제가 살아나고 교역이 늘어나면서 국내 수출 기업도 양호한 성과를 낸 영향이 큽니다. 올해 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대 성장을 점치는 데에도 세계 경제 성장세에 기댄 수출 확대 전망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모멘텀)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무역 분쟁과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부채로 올해 성장 전망이 훼손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브루킹스연구소와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발표한 ‘브루킹스-FT 타이거(TIGER)’를 보면 좀더 명확해집니다. 브루킹스-FT 타이거는 세계 경제 지표 흐름을 추적·취합하는 지수입니다.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의 각종 개별 실질 활동 지표와 금융시장, 투자자 신뢰 등을 역사적 평균과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이 지수를 보면 올해 성장에 기여하는 요인들이 여전히 강하지만 지난해의 정점보다는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진국 지수는 생산과 고용 지표의 소폭 약세, 금융시장 가격의 급격한 약세 등으로 하락했습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편 덕분에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감세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시작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유럽 경제는 올 1분기 산업생산이 약화하면서 식었고, 영국도 구매력과 신뢰지수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표결 여파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신흥국은 여전히 지난해의 성장세를 누리고 있지만 부채 증가와 선진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압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됐습니다. 갓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 러시아와 브라질은 강한 성장 회복력을 보이진 않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는 단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크진 않았습니다. 다만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선 지속적인 경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나타났고요.

여기에 ‘쌍둥이 적자’는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쌍둥이 적자는 재정수지와 무역수지(경상수지)가 모두 적자란 의미입니다. 재정지출은 세수를 초과하고 수입은 수출을 웃도는 상태란 말입니다.

미국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2020년에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재정지출 확대 정책 때문입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올 2월 576억 달러로 2008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6개월 연속 증가세입니다.

‘쌍둥이 적자’가 마냥 나쁜 건 아니지만 미국처럼 경기가 호황일 땐 설비나 인력이 그리 부족하지 않아 재정지출을 확대해도 생산이 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재정지출이 소비를 자극해 수입품 수요를 늘려 무역수지 적자만 늘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재정적자가 늘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게 됩니다. 미국 정부로선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금리 상승세를 더욱 가파르게 할 수 있습니다.

국제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늘면 재정운용 능력이 제한돼 또 다시 경기 침체가 온다면 그 영향이 더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더구나 국내 경제 지표 곳곳에선 ‘적신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용부터 문제입니다. 올 1분기 실업급여를 받은 고용고험 가입자는 62만8000명으로 2010년 이후 최대였습니다. 올 3월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요. 물가와 금융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조차 고용 상황을 우려할 정도거든요.

중국인 관광객(유커) 수가 1년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더딥니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2월(1.3%)보다도 증가세가 둔화됐죠.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악화와 건설업 투자 부진 등이 맞물린 영향입니다.

물론 여전히 올해 세계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보는 해외기관도 많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7일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로 유지했고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2.3%에서 2.5%로 0.2%포인트 높여 잡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도 기존 3.0% 성장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갖가지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만큼 “올해 3% 성장이 결코 쉽지 만은 않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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