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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파'적이었던 이주열 2기 체제의 첫 금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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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12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는 유난히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역전된 후 열린 첫 금통위였기 때문입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임한 뒤 개최한 첫 금통위이기도 했고요.

결과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무역 전쟁, 원화 강세, 지지부진한 소비자물가상승률 탓에 기준금리는 연 1.50%로 동결됐고, 하향 조정이 점쳐졌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1.7%에서 1.6%로 낮아졌습니다.

국내외 기관들은 이번 금통위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이 때문에 이르면 다음달로 전망됐던 추가 금리 인상 시점도 올 하반기로 조정되는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시티그룹은 한은이 3분기가 돼야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섯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일단 이번 금리 동결이 소수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이뤄졌다는 겁니다. 당분간 금통위 내 금리 인상 목소리가 움츠러들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또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인 연 2%를 줄곧 밑돌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혔습니다. 완만한 물가 상승 흐름은 금리 인상의 시급성을 제한한다는 말이었죠. 미국이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계속 요구하고 있어 점진적인 원화 절상이 예상되는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됐고요.

이와 함께 금통위원들이 오는 6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을 지켜본 뒤 인상 시기를 고민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어 금리 인상이 뒤로 밀리고 있다는 진단도 했고요.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7월 한 차례 금리 인상 전망을 내놓으면서 한은이 금리 정상화 경로를 가파르게 할 유인이 적다고 평가했습니다. 노무라 역시 “금리 동결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진 건 금리 인상이 이른 시일 내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고요.

올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한은의 시선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한은이 발표한 2018년 경제 전망을 보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3.0%가 유지됐지만 속내는 다를 것이라는 이유에섭니다.

한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제조업 재고가 늘고 있습니다. 제조업 경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죠. 반도체 재고 확대는 수요 증가에 대비한다고 볼 수 있지만 자동차와 철강 부문은 아무래도 업황 부진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얘기죠. 실제 제조업 재고(전년 동기 대비)는 지난해 2분기 0.1%, 3분기 2.9%에서 4분기엔 8.6%로 증가율이 껑충 뛰었습니다. 올 1∼2월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나 늘었고요. 재고 증가는 경기가 나빠지는 신호로 여겨집니다.

고용 상황도 만만치 않습니다. 올 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0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3월에도 11만2000명 증가하는 데 머물렀습니다.

대개 취업자 수 증가가 20만명대 후반∼30만명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쇼크’ 수준인 거죠. 취업자 수 증가가 부진하면 가계 소득도 제대로 늘기 어렵습니다. 결국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는 것이죠. 올해 3% 성장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한은 입장에선 금리 인상 여력이 줄게 되고요.

상황은 이런데 Fed는 통화정책 정상화 고삐를 더욱 죄고 있습니다. 이날 공개된 지난달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앞으로 수개월 후의 미국 경제 전망이 강화됐다는 자신감이 드러나거든요. 물가상승률도 목표치인 2%로 오를 것이란 전망도 포함돼 있고요. 올해 Fed가 네 차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래저래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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