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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역전됐는데 '내우외환'…금리 인상 7월로 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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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앞두고선 항상 금통위원들의 속내가 복잡합니다.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을 판단해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한은의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시장에 적절한 신호도 줘야하기 때문이죠.

갈수록 세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수가 많아지고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통위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고차원 방정식이 돼 가고 있답니다. 매번 그렇겠지만 오는 12일 열리는 금통위 본회의는 더욱 그럴듯 합니다.

이번 금통위 본회의는 한국과 미국간 정책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진 뒤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랍니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연 1.25~1.50%에서 연 1.50~1.75%로 인상하면서 한국(연 1.50%)을 웃돌게 됐습니다. 10년 7개월 만의 한미 금리 역전입니다. 글로벌 자금 흐름에 민감한 한국 입장에선 단기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요.

금리 인상으로 보조를 맞춰야 이같은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겠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으로 중간에 낀 한국의 수출이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출은 한국 경제의 성장세를 뒷받침해온 핵심 축이고요.

무엇보다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저조한 물가 상승세입니다. 올 들어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월 1.0%, 2월 1.4%, 3월 1.3%로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은의 목표치(2%)를 한참 밑돌고 있습니다.

한은이 올 상반기 물가상승률 목표치로 잡고 있는 1.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습니다. 경제 활력이 그리 크지 않고 민간 수요도 큰 폭으로 확대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물가 상승 압력을 기대하기도 어렵답니다.

이 때문에 한은이 이번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금통위 본회의에서는 금리 결정뿐만 아니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나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수정 발표될 수 있거든요.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보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물가만 보면 오히려 금리를 낮춰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더구나 최근 급격해진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로 국내 수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나빠진 점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고요.

이렇다 보니 일부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엔 연 1.50%로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증권회사들도 이주열 한은 총재의 연임 결정 이후 앞다퉈 내놓던 오는 5월 조기 금리 인상론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을 감안해 오는 7월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전망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죠. 종전엔 올해 두 차례 금리 인상 기대도 많았지만 점차 한 차례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늘고 있습니다. 오는 12일 이 총재가 올해 경기에 대한 판단을 발표하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답니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고요.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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