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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전서 '비둘기색' 보인 파월… 올 세 차례 금리인상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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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금리 인상

내년까지 여섯 차례 올리겠다

"금리인상 횟수 늘렸다" 발표에
뉴욕증시·채권시장 일제히 급락
파월 "물가 급가속 지표 없다"
회견 통해 시장 진정시켜

비경제학자의 '솔직함' 호평
경제 이론보다 시장상황 중시
"트럼프의 글로벌 통상 전쟁
경기전망에 아직 영향 없지만
점점 리스크 될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발표하면서 종전보다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놨다.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5%에서 2.7%로 높이고 실업률 전망치는 3.9%에서 3.8%로 낮췄다.

Fed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세 번, 내년에 세 번, 그리고 2020년에 두 번 더 금리를 높여 2020년 말이면 기준금리가 연 3.4%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 세 번, 내년 세 번 인상’ 예고

이날 금리인상은 예고된 것이었다. 시장은 Fed가 지난해 예고한 대로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3회로 할 것인지, 아니면 4회로 늘릴 것인지 주시해 왔다.

이날 FOMC 위원 15명 가운데 7명이 올해 네 차례 인상론을 펼쳤다는 것과 내년과 내후년 금리인상 횟수 전망치를 기존 2회와 1회에서 각각 3회와 2회로 늘려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시와 채권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전날보다 250포인트 오르던 다우지수는 이처럼 빠른 금리인상 속도를 선호하는 매파적 내용이 발표된 직후 71포인트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연 2.929%까지 치솟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시장을 진정시켰다. 그는 “물가 상승이 더 빨라진다고 할 만한 지표가 없다”고 진단했다. Fed가 주목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물가상승률은 작년 10월부터 1.5%에 머물러 있다. 올해 말에도 Fed 목표치(2%)에 못 미치는 1.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파월 의장은 이어 “주식, 상업용 부동산을 포함한 일부 자산가격이 역대 수준보다 높지만 주택시장은 그렇지 않다”며 “이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선호하는 비둘기파적인 발언에 힘입어 다우지수는 하락폭을 44포인트(0.18%)로 줄이며 마감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0.02%포인트 오른 연 2.901%로 거래를 마쳤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77% 내린 89.678을 기록했다. 지난 1월 말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월스트리트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 시장이 매파적으로 받아들였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시에테제네랄은 탄탄한 경제지표가 받쳐주면 오는 6월 FOMC 회의에서 올해 금리인상 횟수 전망치가 4회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파월 의장이 “이번 회의에서 결정을 내린 것은 금리인상일 뿐 다른 것은 모두 전망”이라고 밝힌 대목을 주목해서다.

“자신있고 솔직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통상전쟁과 관련한 질문에 “아직은 경기 전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점점 뚜렷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몇몇 FOMC 위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에 우려스럽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취임 이후 첫 FOMC 회의를 주재했다. 곧이어 첫 기자회견을 했지만 4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있고 솔직한 답변이었다는 호평이 나왔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주 여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Fed는 매년 여덟 차례 FOMC 회의를 하지만 기자회견은 네 번만 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 의장이 과거 의장들처럼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이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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