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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럽지 않은 쇠고기...포장 속 휘발물질로 신선도 알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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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IT과학부 기자)냉장고에서 장시간 보관한 쇠고기는 먹어도 탈은 나지 않지만 빛깔이 변하고 냄새 때문에 먹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다. 흔히 고기 신선도는 휘발성 염기질소 함량과 총균량, 산도(pH) 등을 통해 판별한다. 하지만 장기간 포장 보관된 쇠고기의 경우 이런 기준을 통과해도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아 보는 ‘관능검사’에서 부패 판정을 받는 일이 종종 있다. 국내 연구진이 쇠고기 포장용기 속 미생물 분포를 분석해 고기의 신선도를 가늠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남태규 한국식품연구원 식품분석센터 연구원은 쇠고기 진공포장에 들어있는 미생물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종류에 따라 개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활용해 고기의 신선도를 판별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21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차세대염기서열(NGS) 기술을 이용해 포장방법에 따라 미생물 군집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미생물 군집이 달라지면 용기 속에 발생하는 휘발성분도 달라진다. 연구진은 이들 휘발성분과 고기 색깔, 냄새 같은 사람의 감각으로 확인되는 성질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일반 공기와 함께 고기를 넣어 포장하는 함기포장에서는 초기에는 류코노스톡균이 가장 많지만 시간이 흐르면 수도모나스균이 훨씬 많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저장 기간 중 이들 미생물이 내뿜는 휘발성분 중 메틸부탄올, 부탄디올 등 10종을 뽑아 이를 고기 신선도를 가늠하는 지표물질로 선정했다.

진공 포장에서는 아세트산과 부탄산, 2-부탄온 등 휘발성분이 지표물질로 활용된다. 진공 포장의 저장 기간이 길어지면 락토바실러스균이 크게 늘어나는데 이들 균이 고기의 신선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인 휘발성분을 내뿜는다. 남 연구원은 “쇠고기의 신선도 지표로 활용되는 휘발성분과 미생물의 상관 관계를 규명해 기존의 신선도 평가법을 보완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 자료를 마련했다“며 ”미생물과 지표 휘발성분은 보관, 유통 등의 환경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다양한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끝) /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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