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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에 명시된 노사대등 결정의 원칙, 노동계의 경영간섭 초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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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 (1) 헌법 전문 및 기본권

전문가들 비판적 시각

동일노동·동일임금은 사회주의적 노동가치론
공무원 파업도 허용… 공공이익 훼손 가능성
노동권 지나치게 강화… 시장경제 흔들릴 우려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은 자유시장경제란 현행 헌법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전권 신설은 실효성은 없으면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적인 의미만 있다.”(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청와대가 20일 주요 내용을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근로자의 권리를 강화해 시장경제 질서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법률로 정할 것을 무리해서 헌법 조문에 넣은 ‘누더기 헌법’이란 지적도 나왔다.

◆공무원 노동3권 보장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사전적으로나 사회·현실적 측면에서 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노동자 권리 강화 및 공무원 노동3권 보장은 잘못된 개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차진아 교수는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 노동 관련 조항”이라며 “공무원에게 단결권, 단체교섭권뿐 아니라 단체행동권(노동3권)까지 인정하는 건 상당한 문제가 있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파업은 공익적으로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국회 개헌 자문위원회에서도 논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민호 교수도 “노동3권을 다 보장하고 법률에서 군인 등은 제한한다고 했는데,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 자체가 위헌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수준의 임금’을 명시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김 교수는 “불가피한 차별이 있을 수 있는데 이걸 헌법에 규정해 놓으면 그렇지 않은 영역은 모두 위헌이 된다”며 “함부로 헌법에 넣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사회주의적 노동 가치론”이라며 “임금은 노동으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얼마만큼 가치를 인정받는지 그 성과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도 자본주의의 소유 질서를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조항이란 지적이 나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 조건의 결정도 기업 경영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며 “노조의 경영 참여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 교수는 “노사 간 대등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헌법에 노동3권을 명기하고 있다”며 “사족에 불과한 조항을 새로 헌법에 규정하는 건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개념 불확실한 ‘안전권’ 신설

김 교수는 헌법 전문에 4·19혁명과 함께 부마항쟁 및 5·18 민주화운동을 명시한 데 대해 “전문의 시대정신으로 이것이 국민 컨센서스라면 문제가 될 건 없다”고 말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숭실대 교수)은 “정부가 5·18 운동을 전문에 넣고 부마항쟁도 함께 적시하면서 지역적 절충을 시도한 것처럼 보인다”며 “5·18까지 넣으면서 국민투표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국가가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안전권 신설에도 이견이 있었다. 안전권이란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차 교수는 “이미 헌법에 생명권과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재산권 등이 명시돼 있는데, 무엇으로부터의 안전인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성별·장애 등 차별 개선 노력 의무’를 신설한 데 대해 “국가의 책무는 이와 같이 열거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국가 책무는 포괄적인 책무여서 개별 조항을 헌법에 규정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정환/배정철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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