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ELS 투자에 대한 단상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송종현 증권부 기자) 2월 초 급격한 조정 이후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증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상황이 바뀌자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 2월 두달 동안에만 ELS에 몰린 돈이 1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ELS를 내놓으며 고객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나오고 있는 ELS의 특징으로는 크게 두가지가 꼽힙니다. 첫번째는 목표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동안 ELS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던 목표수익률 연 8%짜리 상품들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삼성증권이 오는 19일까지 판매하는 유로스톡스50·홍콩H·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목표수익률 연 8.22%짜리 ELS가 대표적입니다.

두번째는 손실 가능성을 낮춘 다양한 종류의 ELS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금융투자는 통상 최장 3년인 투자기간 중 마지막 6개월동안에만 기초자산이 녹인(손실확정) 구간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녹인 배분형 ELS’를 선보였습니다. 홍콩H, 유로스톡스50, S&P5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상품입니다. 목표수익률은 연 6.06%입니다.

6개월마다 상환기회가 주어지며 기초자산이 가입 때보다 50%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을 보게 됩니다. 단 가입기간 중 어느 때라도 녹인이 발생하면 손실을 보는 일반 ELS와 달리 가입 후 2년6개월 뒤인 5차 조기상환 때까지 녹인구간이 설정돼 있지 않은 게 특징입니다. 마지막 6개월 동안에만 녹인 50%가 적용됩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 상품을 오는 16일까지 판매합니다.

미래에셋대우가 최근 내놓은 ‘제22697회 아마존-엔비디아 해외주식지급형 글로벌 ELS’는 투자기간 최장 6개월 동안 기초자산인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사 아마존과 엔비디아 둘 중 어느 한 종목이 가입 때 가격의 70%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있으면 만기에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의 상품입니다. 이 경우 하락률이 큰 기초자산 해외주식을 실물로 지급해 나중에 주가가 다시 오르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기자는 ELS 투자를 10년 가까이해왔습니다. 지난 2015년 위안화 급락 사태 때 녹인당한 ELS를 여전히 들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제 입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ELS가 등장하고 있는 건 반갑습니다.

증권업계의 금융투자 상품 전문가들 가운데엔 “ELS의 상품구조를 정확히 안다면 투자가 꺼려질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으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LS는 서민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예금이자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사석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ELS에 끊임없이 투자한 투자자들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며 ELS의 매력에 대해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단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기자가 생각하는 ELS의 최대 단점은 투자기간이 3년으로 고정돼 있다는 점입니다. 투자기간 중 큰 폭의 글로벌 증시 조정이 발생해 기초자산이 녹인 구간에 접어든 경우 3년 이내에 회복이 안되면 손실이 확정된다는 건 상당한 리스크요인입니다.

그나마 기자의 경우 가입 후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위안화 사태가 발생해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이 상당 기간 남아있었지만, 예를 들어 만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가입한 ELS가 녹인구간에 접어든다면 손쓸 새도 없이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ELS는 금융투자 상품 가운데에서도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상품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손실 위험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투자 전 녹인구간, 기초자산 등을 꼼꼼히 확인해 확신이 드는 상품에만 가입하는 게 좋습니다. (끝)/scream@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