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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만에 '깜짝' 한은 총재 연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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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줄 선 사람만 몇 명인데, 전 정권에서 앉힌 총재를 연임시키겠어요?” 지난달 초까지 한국은행 안팎의 분위기였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는 이달 말. 지난달부터 차기 한은 총재 하마평이 돌기 시작했고, ‘하루에 한 명씩 후보자가 늘어난다’는 우스갯소리도 같이 나왔습니다. 그만큼 유력 후보자가 없다는 말이기도 했지요.

관료 출신부터 통화정책에 식견이 깊은 교수, 현직을 떠난지 오래된 한은 출신 ‘OB(올드보이)’까지 떠올릴 수 있는 대부분의 인사들이 줄줄이 하마평에 거론됐습니다. 이 와중에 이 총재의 연임을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촛불 민심’으로 정권을 되찾은 현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 임명한 이 총재를 연임시키는 일은 ‘택도 없다’는 반응이 다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청와대가 차기 한은 총재를 결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거죠. 청와대는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의 기존 5대 인사원칙(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등 불가)에다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를 추가해 7대 원칙을 세웠습니다. 차기 한은 총재는 이렇게 강화된 인사 검증을 거쳐야 하는 첫 한은 총재 사례가 되고요.

오는 6월엔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질 경우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래저래 ‘청문회 리스크’가 컸던 겁니다.

이런 의견을 뒷받침하는 전언들도 나왔습니다. 막판에 1차적으로 압축된 후보군 중 상당수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치게 돼 청와대가 추가 후보자 검증에 나섰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겁니다. 사실 청와대에 제출된 최종 후보자 순위에서 이 총재는 1순위가 아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총재의 연임이 결정된 직후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의 인사 원칙은 확실하다. 높은 도덕성이다. 능력과 역량에 큰 차이가 없다면 도덕성이 최우선 발탁 조건이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습니다. 현 정부가 과거 청산의 의지가 강하지만 중앙은행 총재만은 예외로 둔 겁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측면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 총재의 연임 가능성을 먼저 제기했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중앙은행 총재가 오래 재임하면서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펼치는 걸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사실 앞으로 통화정책 수행 환경이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해진 영향도 있을 겁니다. 갑작스럽게 불거진 대내외 변수를 감안했을 때 ‘검증된 구관(舊官)’이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이 총재는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아 한은 독립의 출발선으로 평가받는 1998년 이후 첫 연임에 성공한 총재가 됐습니다. 현 정부에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이 연임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고요. 두 정권에 걸친 중앙은행 총재로도 처음입니다.

이 총재의 연임 결정을 두고 대체적인 반응은 우호적입니다. 통화정책의 연속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앴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힘이 실렸다는 이유에서죠.

이 총재 역시 연임이 결정된 직후 “4년 전 처음 지명을 받았을 때보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총재가 마냥 웃기만은 어렵습니다. 오히려 지난 4년보다 더 힘든 여정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당장 이달 말로 예고된 한·미 금리 역전 국면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속된 저금리로 가계 빚은 1450조원을 넘어섰고요. 반도체를 제외하면 주요 산업 전반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내수 회복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통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취약업종 구조조정 문제도 녹록지 않습니다. 풀어야 할 과제는 더욱 쌓이고, 복잡해진 겁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이 총재가 국내외 여건을 면밀하게 분석해 정교하고 냉철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문이 많습니다. 소신을 갖고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 시장과의 적절한 소통으로 금융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이 국민과 시장이 ‘이주열호’ 2기 체제에 바라는 공통된 마음일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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