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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식당 부자들...맛·분위기·시스템 3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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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한경비즈니스 기자) 취업 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12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창업하려는 분야는 ‘카페 등 외식업’이 40%로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외식업은 창업 시장에서 가장 각광 받는 업종이며 동시에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식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시장 진입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나는 다르다. 나는 성공할 수 있다”는 의욕과 착각도 외식업의 인기를 이어 가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식당으로 크게 성공한 이들은 “자신감은 훌륭한 무기임에는 분명하지만 자칫 오류에 빠질 수 있을 만큼 위험천만하다”고 말한다. 식당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창업 준비 끝에 식당 문을 열고 나면 초기의 자신감은 어디로 간 데 없고 조바심과 매출 걱정으로 위축되는 이들이 많다. 우선 어렵게 메뉴를 개발했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늦으면 조바심이 나게 마련이다. 창업 전에 주인이 개발한 메뉴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의견 수렴을 거친다. 하지만 문제는 친구·친척·가족 등 주변 인물이란 점이 문제다.

“몸에 좋은 어떠어떠한 재료를 신선하게 매일 공수해 특별 레시피로 독특한 맛을 만들어 냈는데 어떤 계층이 좋아할 거야”란 설명에 주변 사람들은 맞장구치며 잘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창업 후 손님과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일일이 나누기 힘들다. 손님은 다만 말없이 맛만 평가하고 다시 이 식당을 찾을지 말지 결정할 뿐이다. 그래서 창업 전 메뉴에 대한 반응을 물을 때는 보다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아무리 지인이라도 “이런 메뉴를 과연 먹으러 찾아올까”라고 부정적으로 물어 반응을 유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맛 평가는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맛은 상대성과 절대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맛있다고 판단하는 음식점이 있는가 하면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점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이나 주변의 지인들의 맛에 대한 판단만 믿고 외식업을 시작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우선 외식 업종에 적합한 사람은 좋은 미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맛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미각을 가지고 있으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다면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권유한다.

독특한 메뉴와 맛이 식당의 승부수인 만큼 공들여 개발한 메뉴는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년까지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갈 인내심이 필요하다. 처음 식당을 하는 사람들은 그날그날 만족스럽지 못한 매출과 함께 매일 나가야 할 지출을 생각하며 마음이 급하다. 임차료·재료비·인건비·전기료 등 지출을 생각하다 보면 하루 올려야 할 매출을 정하고 점심 저녁 장사 때 매출 목표를 정한다. 하지만 매출에 신경 쓰면서 조삼모사하면 식당 운영의 전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좋은 서비스는커녕 손님에게 나쁜 인상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다.

일단 메뉴와 맛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보했다면 나머지는 식당 분위기, 유명세, 친절도, 청결도 등이 좌우한다. 혹자는 맛이 차지하는 부분은 단지 30%일 뿐 혀 외에 몸으로 느끼는 부분이 70%라고 말한다. 자신의 식당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손님이 좋은 느낌을 얻어 갈 수 있도록 디테일에 힘써야 한다. 일례로 맛집으로 소개된 기사나 연예인 사인을 벽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유명한 가게인가봐, 기대되는데…”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점포의 상권과 입지 때문에 현혹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점포의 입지는 만들기 나름이다. 창업 자금이 많아 좋은 상권과 입지에 점포를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무리하게 대출이나 빚을 얻어 창업한다면 의도한 대로 매출이 오르지 않을 때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소문난 맛집과 대박집은 이면 도로나 좋지 않은 상권에 자리해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점포의 상권이나 입지가 나쁘다면 인내를 가지고 제품의 품질과 마케팅, 인테리어 분위기 등의 차별화로 승부해야 한다.

한편 주인 스스로 음식 대부분을 만들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주방장 의존성이 높은 식당은 망하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음식을 못하면 주방장에게 끌려 다니게 되고 결국 임금 등의 문제가 발생해 장사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리고 주방장이 바뀔 때마다 음식 맛이 변하는 식당이라면 손님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주방장 외에도 직원의 채용과 관리는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표현을 쓴다. 그래서 중국 동포나 한족을 채용해 쓰고 있지만 요즘에는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음식점에서 직원을 채용하는 방식도 이제는 시간으로 끊는 아르바이트 방식으로 변해 가고 있다. 하루에 여러 명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써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업무는 점점 단순해지고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은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직원 채용이나 직원 관리도 이젠 자영업자들의 경쟁 요소가 된 것이다. 세상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창업에 성공하고 싶다면 직원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창업 자본과 관련해 허영심을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자신이 가진 창업 자금을 모두 쏟아붓고 그것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는다. 그 이면에는 모두가 대박을 꿈꾸는 욕심과 남들에게 번듯한 점포를 보여줘 위신을 세우고 싶은 허영심이 도사리고 있다. 자금이 부족하다면 그에 맞게 창업하고 경험을 얻고 저축해 키우면 된다. 우아한 업종을 하고 싶다면 자신의 적성과 상황에 맞는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경험한 후 자신감이 들었을 때 창업하면 된다. (끝) / zinone@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950호) *에버그린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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